교육부 '민원대응팀' 악수에 유감... 왜냐면
[박성식 기자]
교육입국이라고 할 만큼 한국의 교육열은 뜨겁다. 그러나 뜨거운 교육열은 정작 교육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가 공교육 체제는 공동체를 위한 공적 목적과 개인을 위한 사적 목적이 있는데, 한국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사적 목적과 경쟁이 지나치게 과잉됐다.
그런 나머지 이기려는 욕망과 낙오되지 않으려는 불안이 학교를 잡아먹는다. 자본주의 경쟁 체제는 그렇게 개인들과 시스템을 다그쳐왔다. 효율적으로 많은 지식을 암기하도록 하고 시험으로 평가하여 승자와 패자로서 서열을 매기는 것이 교육이 돼버렸다.
국가와 정부, 정치의 책임이 크다. 교육당국은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1만5000여 개의 학교를 운영하지만, 정작 공교육이 추구할 가치나 체계(학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사유, 사회적 토론에 바탕을 둔 적이 없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비통한 질문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답변도 무척이나 단편적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주범이고 조례는 "종북주사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착각은 단언컨대 독보적이다.
▲ 지난 7월 20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
ⓒ 교육언론창 윤근혁 |
근본적 성찰 없이 욕망과 불안에 휘둘려온 한국 교육을 돌아봤으면 한다. 새삼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할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그걸 누가 모르냐!'라고 답할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그럴까?
교사들은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교육'이란 무엇인가? 지식을 전달하고 평가하여 산업의 수요에 맞게 인력을 제공하는 게 교육이고 학교의 역할이라면, 학원과 무엇이 다른가? 학원과 다른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은 잠을 자고, 학원과 다른 효용을 원하는 학부모들은 교사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한다.
혼란스럽고 수요와 공급의 상호 호응이 어렵다. 그 가운데 '교사의 교권'도 자리를 못 잡고 떠돌다 객사할 지경이다. '교사의 교권'을 위협한다는 악성 민원도 결국은 경쟁 교육에 짓눌린 욕망과 불안의 부산물이며, 서비스산업으로 전락한 교육에서 삐져나온 갈등의 못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라도 교육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교육과 학교를 재구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로부터 교육을 다시 체계화하고, 학교를 어떻게 운영하는가의 문제를 통해 교사의 비통한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끔찍한 경쟁과 만연한 불안, 그로 인한 저출생 시대.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학교의 기능은 지식 학습과 평가의 개념을 넘어선다. '요즘 시대'의 '요즘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다양한 책임을 요구하지만, 교수학습과 관련한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교사 개인이 감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요즘 학교'는 어떠해야 할까? 요즘 학교는 교사의 역할만으론 수요자의 욕구와 불안에 맞춰 운영할 수가 없다. 학생,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에게도 다양한 공적 지원 체계가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복지와 학교공공성에 대한 천착이 필요하다.
▲ 국회 교육복지 정책토론회 변화된 시대의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확장된 학교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선 일개 사업이 아닌 총체적인 교육복지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토론회 모습.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개최했다. |
ⓒ 박성식 |
국가는 변화된 시대의 요구를 읽고 교육과정 교수학습을 넘어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성장 전반을 지원하는 교육복지의 비전과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교육복지는 급식, 상담, 돌봄, 보건, 안전, 특수교육 등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무상 체계로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의 안정성과 질의 향상을 위한 교사 지원 체계로서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학교에는 다양한 교육복지 인력(교육공무직)이 배치돼왔지만, 장기적 비전과 체계 아래 안정적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땜질식 일개 사업들로 여김에 따라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교사와 업무갈등을 양산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해왔다.
이제 교사를 위해서도 공적 지원 체계인 교육복지를 학교의 기본과제로 세워 그 시스템을 넓게 확립해야 한다. 악성민원 대처도 그렇다. 이런저런 단편적 실용방안에서 그칠 게 아니라, 확장된 학교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하고 체계화할 것인가, 즉 교육복지를 학교의 기본 체계로서 인식하고, 국가와 교육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
지난 14일 교육부가 발표한 '민원대응팀'이란 응급 처방도 그렇다. 시급하게 불을 끄는 소방행위도 필요하지만, 교단을 허무는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 질문과 방안도 필요하다.
▲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공청회 현장 모습. |
ⓒ 박성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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