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일정상회의 준비 후 부친 빈소로 복귀

이기민 2023. 8. 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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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 중요한 의미·국정공백 최소화
정치권, 정쟁 멈추고 애도 행렬
尹, 제1멘토 아버지 꼽을 만큼 각별

윤석열 대통령이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장례 둘째 날인 16일 한미일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한 후 빈소로 복귀한다.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가족장을 선택하고 정부 인사들의 조문을 사양한 만큼 상중이더라도 국정 현안을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조문객을 받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오는 18일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오후에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윤 교수의 입관식에 참석, 조문을 받는다. 한국은 물론 국제 질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회의로 부친상에도 관련 일정을 수행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6시11분께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의 현관이 아닌 별도 출입구를 통해 빈소로 입장, 6시20분부터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휴가 중이던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등 내각 인사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여야도 정쟁을 멈추고 윤 교수에게 애도를 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이철규 사무총장·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도부와 함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윤 대통령을 위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후 8시께 부인 김옥윤 여사, 전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빈소를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낸 데 이어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7대 종단의 인사는 물론, 정부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김병준 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윤 교수를 ‘제1의 멘토’로 꼽을 만큼 각별한 부자지간으로 알려져 있다. 동료 학자들과 제자들에게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윤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자애롭게 교육한 것으로 유명하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진학도 윤 교수의 권유로 이뤄졌다. 서울대 법대 합격 후 윤 대통령에게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선물하는 한편, 김지하의 시 ‘오적’을 윤 대통령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평소 아버지에게 많이 혼났느냐’는 질문을 받고 "공부 안 하고 놀러 다닌다고 많이 혼났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2002년 검사복을 벗고 1년간 대형로펌에서 일하다 다시 검찰로 복귀할 때도 크게 반기며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부모님께 요리해드린 일화를 소개하며 "아버지가 공직을 그만두면 식당을 하라고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부친과 함께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윤 대통령은 2021년 4월2일 윤 교수를 부축하고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소를 방문해서는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12일에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집무실 등 업무 공간을 소개하고 만찬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한 직후 윤 교수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윤 교수의 임종을 지켰다. 윤 교수는 최근 윤 대통령에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대통령실에서 이날 윤 대통령이 어린시절 윤 교수와 함께 산행에 나선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사진제공=대통령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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