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일정상회의 준비 후 부친 빈소로 복귀
정치권, 정쟁 멈추고 애도 행렬
尹, 제1멘토 아버지 꼽을 만큼 각별
윤석열 대통령이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장례 둘째 날인 16일 한미일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한 후 빈소로 복귀한다.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가족장을 선택하고 정부 인사들의 조문을 사양한 만큼 상중이더라도 국정 현안을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조문객을 받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오는 18일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오후에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윤 교수의 입관식에 참석, 조문을 받는다. 한국은 물론 국제 질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회의로 부친상에도 관련 일정을 수행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6시11분께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의 현관이 아닌 별도 출입구를 통해 빈소로 입장, 6시20분부터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휴가 중이던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등 내각 인사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여야도 정쟁을 멈추고 윤 교수에게 애도를 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이철규 사무총장·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도부와 함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윤 대통령을 위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후 8시께 부인 김옥윤 여사, 전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빈소를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낸 데 이어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7대 종단의 인사는 물론, 정부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김병준 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윤 교수를 ‘제1의 멘토’로 꼽을 만큼 각별한 부자지간으로 알려져 있다. 동료 학자들과 제자들에게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윤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자애롭게 교육한 것으로 유명하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진학도 윤 교수의 권유로 이뤄졌다. 서울대 법대 합격 후 윤 대통령에게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선물하는 한편, 김지하의 시 ‘오적’을 윤 대통령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평소 아버지에게 많이 혼났느냐’는 질문을 받고 "공부 안 하고 놀러 다닌다고 많이 혼났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2002년 검사복을 벗고 1년간 대형로펌에서 일하다 다시 검찰로 복귀할 때도 크게 반기며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부모님께 요리해드린 일화를 소개하며 "아버지가 공직을 그만두면 식당을 하라고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부친과 함께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윤 대통령은 2021년 4월2일 윤 교수를 부축하고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소를 방문해서는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12일에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집무실 등 업무 공간을 소개하고 만찬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한 직후 윤 교수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윤 교수의 임종을 지켰다. 윤 교수는 최근 윤 대통령에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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