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의 첫 '가족' 그림, 6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왔다
국립현대미술관 구입, 소장해
작가의 큰 딸 "아버지의 대표작"
화가 장욱진(1917∼1990)이 그린 최초의 가족 그림(가족도)인 1955년 작 '가족'이 발굴돼 6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일본에서 '가족'을 발굴해 다음 달 14일 덕수궁관에서 개막하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서 전시한다.
'가족'은 생전 30여 점 이상의 가족을 그린 장욱진이 항상 머리맡에 걸어둘 만큼 소중하게 여겼고, 생애 처음으로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이다. 작품 판 돈으로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일본인 시오자와 사다오(塩澤定雄)에게 판매된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972년 ‘가족도’(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소장) 를 다시 그렸다고 한다. 이 작품을 두고 화가의 부인 고(故) 이순경 여사는 “조그마한 가족도였는데 두고두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큰딸 장경수씨 역시 이 작품을 "아버지의 대표작"으로 꼽은 바 있다.
9월 회고전 준비하며 일본서 발굴
판매 이후 60년간 행방이 묘연했던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9월 장욱진 회고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굴됐다. 전시 기획을 맡은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시오자와의 아들 부부를 찾아 일본 오사카 근교의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배 학예연구사는 낡은 벽장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작품을 직접 찾아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가를 설득해 이 작품을 구입했으며 보존 처리를 마친 후 장욱진 회고전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가운데 있는 집 안에 4명의 가족이 앞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과 함께 나무, 두 마리의 새를 그린 이 작품은 가로 16.5cm, 세로 6.5cm 크기다. 대상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장욱진의 조형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설명했다. 또 가족도 중 아버지와 아이들만이 함께 그려진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이 평생 가족 이미지를 그린 장욱진 가족도의 전범(典範)이 되는 그림이자 최초의 정식 가족도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장욱진의 큰딸인 장경수씨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그리신 나무의 우둘투둘한 질감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봤던 기억이 난다"면서 "다시 만나니 눈물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욱진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사랑받는 대표적인 작가다. 나무, 집, 해와 달, 까치 등이 단순하고 간결하게 등장하는 그림으로 '동심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화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다음 달 14일 개막하는 회고전에서는 초기 작품부터 유화, 먹그림, 매직펜 드로잉, 판화, 표지화, 삽화 등을 소개한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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