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반복되자 방치…울산 9억 시계탑 모형기차 결국 고물 신세 [세금낭비 STOP]

김윤호 2023. 8. 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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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에 세워져 있는 시계탑 모형기차의 모습 .사진 울산 중구

지난 14일 울산 중구 성남동 중심가. 지역 대표적인 구도심 상권밀집지로, 서울 명동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곳엔 연기를 뿜으며 움직이는 '시계탑 모형기차'가 있다. 2015년 울산 중구가 9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이 조형물은 1920년대 이곳에 울산역이 있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열차 6량을 이은 형태로, 길이 10.4m, 무게 1.9t에 달한다. 조형물은 공중 약 16m 높이에 설치된 그리스 신전 모양의 원형 시계탑(지름 26m) 주변을 돈다. 매시 정각마다 수증기를 뿜으며 기적 소리를 낸다.

그런데 이 모형기차는 고장 난 채 수년째 방치 중이다. 성남동에 사는 60대 상인은 "시계는 늘 멈춰 있고, 모형기차는 움직이지 않는지 오래다. 저런 고물을 만든다고 왜 돈을 들인 거냐"고 비판했다.


2016년부터 고장 반복, 2020년부터 방치


울산 시계탑 모형기차. 모형기차는 시계탑 위 선로를 달리도록 설계됐다. 사진 울산 중구
상징물은 세운 지 1년쯤 지난 2016년 고장 나기 시작했다. 울산 중구는 2019년까지 4년여간 6차례 고치고 또 고쳤다. 여기에 든 예산만 6500여만 원이다. 이후에도 계속 고장 났다. 중구는 결국 계속 세금을 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수리를 포기했다.

잦은 고장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예상됐다고 한다. 모형기차는 별도 가림막이 없다. 즉 실외에 노출된 상태로 비와 바람을 맞으면서 동작한다. 배터리를 자주 갈아주지 않으면 멈추기 일쑤였다. 시계탑 위 레일 역시 정교한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치 업체 연락 닿지 않아


울산 시계탑 모형기차 전경. 사진 울산 중구
울산 중구의회 김태욱 의원은 지난 7일 "시계탑 모형기차가 가동을 멈춘 채 3년 넘게 방치돼 있는데 뾰족한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시설 레일이 마찰과 탈선에 취약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된 만큼 설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에 울산 중구측은 "기차 레일을 교체하려면 2억원 정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 특별교부세를 신청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중구 관계자는 "최초 시계탑 모형기차를 설계하고 만든 경기도 모 업체가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예산을 들여 새로 설계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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