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죄가 없다

최순자 2023. 8. 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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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경쟁사회 멈추고, 부모가 바뀌고, 유·초연계 강화 등 변화 만들어야

[최순자 기자]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 앞에서 추모객들이 강당 외벽에 국화꽃을 놓고 추모메시지를 적는 등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18일 발생한 서이초등학교 젊은 교사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깝다.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쳤던 학교에서 목숨을 끊은 것이라 더욱 그렇다. 대학에서 교직을 맡고 있기에, 교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알기에 애석하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또한 더위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동료 교사를 추모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교원들도 응원하고 지지한다.

이 사건 이후 교육부에서는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 교권 보호 등의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책 강구는 필요하다. 교사들은 교권 강화가 공교육 정상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혹여 본질을 놓치는 대책이 나오지 않을련지?'라는 염려가 있다. 몇 가지 안이 있으나,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경쟁사회를 지양해야 한다. 아이들을 경쟁사회로 부추기는 일은 초등학교 이전 영유아기부터이다. 올봄에 이번에 교사가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서초구 어린이집에 보육 실습 지도를 나갔다. 아이들이 하원할 시간이 아닌데,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이 아이를 데리러 왔다.

나는 아이의 할머니인 줄 알고 "할머니세요?"라고 물었다. "아니요, 아이 돌봄 선생님이에요"라고 대답한다. 내가 또 물었다. "일찍 아이를 데리러 오셨네요?" 그러자 그분은 "네, 지금 집에 가면 학습지 선생님이 와요"라고 한다. 아이는 28개월 아이였다. 28개월 아이가 일명 과외 수업을 받는 것이다. 무한경쟁 사회 질주를 멈춰야 한다.

둘째, 부모교육을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아이는 누구의 사랑을 가장 받고 싶겠는가? 대답은 자명하다. 부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졸저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를 읽은 서초구 어린이집 원장의 요청으로 부모교육을 했다. 많은 경우 위의 사례에서처럼 아이의 육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있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받고 싶은데, 부모는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한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도 받지 못한 아이는 불안함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산만하기도 하다. 부모교육을 통해 부모가 아이와 질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방적 사랑이 아닌 아이가 느끼는 사랑을 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유아교육과 초등교육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내가 유학했던 일본의 경우, 2022년부터 정부 시책으로 문부과학성에서 유·초 연계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실증적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유아 교사 자격과 초등학교 교사 자격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졸업생은 두 교육기관 자격증 취득 후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교대로 근무한다. 상호 단계별 아이들 발달을 이해한다. 또 초등학교 교사는 유치원에서 아이를 맡았던 교사를 통해 아이 환경과 상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유·초 연계는 한 명 한 명에게 적합한 발달 지원을 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생활지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초 연계 강화가 필요한 이유라 보겠다.

위 세 가지 제안과 더불어, '나와 그것'으로 타인을 투명 인간화하는 것을 멈추고 상대를 존중하는 '나와 너'로 만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또 교육업무는 행정편의주의, 결과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부, 관리직에서 교원에게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하게 줄여줄 필요가 있다. 이는 초등뿐만 아니라 유아, 중·고등 교육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아이의 공격행동, 눈을 깜박이는 틱 행동, 말을 더듬는 언어 유창성 장애로 몇 차례 상담했던 엄마와 아이가 있다. 어느 날 엄마가 "제가 변하니까 다 좋아지네요"라고 고백했다. 교육 관계부처나 관계자, 부모는 이 고백을 통해 교육 문제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

30여 년간 아이들 발달과 건강한 사회 발전을 고민하며 한 길을 천착해서 걸어 온 나의 생각이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 우리 사회 가치, 어른들, 부모들이 변해야 한다. 교육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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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근 사회 이슈인 교육 문제를 바라보며 작성한 글입니다. 필자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원장·전 사이타마대학교 교육학부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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