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국민 신뢰 잃은 LH, 존재 이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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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엄격한 청렴·윤리 기준을 모든 업무에 적용하고 혁신 계획과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사랑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
당시 김현준 LH 사장은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공언했고, 직전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문제로 결국 취임 73일 만에 자진 사퇴해야 했다.
이후 국토부가 "해체 수준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내놓은 LH 혁신 과제만 67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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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엄격한 청렴·윤리 기준을 모든 업무에 적용하고 혁신 계획과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사랑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지난해 12월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취임 직후 내놓은 다짐은 고작 몇 개월 만에 공염불이 됐다. 지하주차장 천장에 철근이 빠진, 이른바 ‘순살 아파트’ 사태가 터지면서다. 아파트의 안전을 좌우할 철근만 빠뜨린 게 아니었다. 이후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아파트를 전수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과정에선 통계 누락과 은폐 의혹이 제기됐고, ‘전체 임원 7명 사직서 제출’이라는 인적 쇄신마저 퇴직임원을 앞세운 ‘꼼수 사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LH는 불과 2년 전에도 내부정보를 이용한 직원들의 땅 투기로 국민적 공분을 사며 존폐 기로에 놓였다. 당시 김현준 LH 사장은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공언했고, 직전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문제로 결국 취임 73일 만에 자진 사퇴해야 했다.
이후 국토부가 “해체 수준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내놓은 LH 혁신 과제만 67개였다. LH는 일부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하는가 하면 전 직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직무와 관련한 부동산 취득을 금지했다. 또 퇴직자가 현직 직원과 부적절한 접촉을 하지 않도록 신고제를 도입하고, 퇴직한 지 5년 미만인 LH 출신이 있는 기업은 수의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순살 아파트 역시 설계부터 시공까지 이어지는 여러 과정에서 업체 선정과 관리감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이 드러났다.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아파트를 포함해 16개 단지의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업체 18개사가 최근 3년간 경쟁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따낸 LH 사업만 77건, 총 23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가장 많은 계약을 성사시킨 한 건축사무소는 LH 출신이 창립하고 현재도 LH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업체가 설계하거나 감리를 한 단지 4곳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건설업 이권 카르텔은 윤석열 정부에서 ‘반드시 깨부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부실 공사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카르텔은 철저히 혁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부랴부랴 “LH는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법률에 명시된 LH의 설립 근거는 ‘국민 주거생활의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이다. 토지와 주택이 국민의 안정적인 삶과 경제적 기반이 되는 공공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세워진 만큼 그 역할을 섣불리 민간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병폐가 곪아 터지는데도 말로만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는 건 또 다른 비위와 부실을 키울 뿐이다. 내부의 자정 노력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외부의 힘을 빌려 썩은 부위부터 도려내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재산권까지 해치는 지경에 이른 공기업을 마냥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조인경 콘텐츠매니저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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