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남편이 차려준 음식을 왜 쓰레기통에 버렸나
[이준목 기자]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 MBC |
각자의 자리에서는 너무나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이들도 함께 붙어 있으면 미묘하게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성향과 소통 방식으로 인한 갈등은, 옳고 그름으로 명확히 나뉘어지는 문제보다 해결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여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냈다.
8월 14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육아와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오랫동안 갈등을 빚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몰라부부'가 찾아와 고민을 털어놨다.
이날의 의뢰인인 36세 정다슬-31세 최지영 부부는 결혼 6년 차로 13개월된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남편은 프로축구 선수 출신으로 현재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었고, 아내는 항공사 승무원 지도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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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과 매력을 인정하면서도 결혼 후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안맞는 부분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부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주 다투면서도 두 사람 모두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
아내는 "서로 성격이 다른데, 그 다름을 잘 인정하지 못하고 문제가 길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하며 "대화를 해도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여 출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남편은 "제 나름대로 잘하려고 하지만, 아내가 불만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잘못한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고칠 부분은 고치고 싶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결혼지옥에서 추구하는 모범답안이다. 이런 이유로 저희가 이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라며 부부의 반응에 만족스러워했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축구계 최수종'이라는 남편은 아침 출근 전까지 아내가 좀더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배려하여 홀로 육아와 집안일을 능숙하게 병행하는 부지런한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아내를 위하여 아침식사까지 준비하고 깨웠지만, 잠이 더 필요했던 아내는 계속해서 억지로 잠을 깨우는 남편에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부부는 서로 다른 육아관 때문에 갈등이 잦다고 고백했다. 남편이 먼저 출근하고 육아를 이어받은 아내는, 살림과 업무를 병행하면서 유난히 체력적으로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놓은 아침식사를 전혀 먹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며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내는 "분명히 '먹기 싫다'는 의사표현을 했는데, 남편은 '그래도 이게 좋은 거야'라고 생각한다. 저는 먹는 것보다는 밀린 일을 처리하고 쉬는 게 우선이다"라고 주장했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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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전민기는 본인의 결혼생활을 경험담을 토대로 "'오빠 편한 거 말고 내가 원하는 걸 해줘'라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자주 듣는다"고 고백하며 아내의 입장을 변호했다.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를 배려해서 호의로 한 행동일지라도, 정작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만 줄 수 있다는 것. 아내도 손뼉을 치면서 격하게 공감하는 반응을 드러냈다.
알고보니 아내는 출산 이후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족한 체력과 건강상태에도 불구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보니 체력적으로 버거울 수밖에 없었던 것. 오은영은 그러한 아내의 고충에 공감하면서도 "갑상선 기능 저하는 건강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서 식사를 더 잘 챙겨야 한다. 아내는 힘들어하면서도 식사를 일절 안 하시더라"면서 아내의 모순된 태도를 꼬집었다.
저녁에 귀가한 남편은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육아와 살림을 이어받아야 했다. 아내는 밀린 업무 때문에 마음이 급했고, 남편은 남편대로 쌓인 설거지를 할 동안 아내가 잠시 아이를 맡아주기를 바랐지만, 서로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아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부부는 하루의 평범한 일상대화조차 나누지 못하고 각자 할 일만 하기에 바빴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서로 힘든 게 있어도 조금만 참고 아내가 따뜻한 말 한마디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외로운 기분이 든다"고 서운함을 토로했고, 아내는 "짜증이 나니까 감정표출이 쉽게 된다. 참아야 하는데 체력이 떨어지고 지친 상태가 되면 감정조절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체력이 방전된 아내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방안으로 들어가 다시 누웠고 급기야 눈물까지 보였다. 남편은 하루종일 굶은 아내를 걱정하며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제안했지만, 아내는 "피곤하다"고 짜증을 부리며 말문을 닫고 대화를 거부했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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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문제해결방식이 너무나 달랐다. 남편은 대화를 통하여 서로 감정을 교류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를 원하는 성향이라면, 아내는 혼자있는 시간을 중시했고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대화를 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까봐 자리를 피하는 성향이었다.
지켜본 오은영은 부부의 상황을 가리켜 "시한폭탄"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술 문제든 잠자리든, 차라리 부부갈등의 원인이 명확하다면, 그 점만 고치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부부는 각자 떼어놓고 보면 너무 좋은 사람들인데, 붙여놓으면 미묘하게 불편하다. 사실 이런 갈등이 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오은영의 진단이었다.
오은영은 두 사람이 각자 좋은 사람이지만 성향이 너무 다르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화가 불통이 되면 대화로 풀어나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 거기서 더 나아가면 '저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안 행복해'까지 가는 것이다"라며 서로의 다름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편이 감성적이라면, 아내는 이성적인 성향에 가까웠다. 남편은 정서적인 것을 교류하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면, 아내는 생각을 중시하고 계획 대로 진행되는 데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
다만 오은영은 아내가 "남편이나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업무적"이라고 지적하며 "아내에게 아이는 '엄청나게 사랑하는 업무덩어리'처럼 보인다"고 분석하며 아내를 당황하게 했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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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다툼을 벌였던 부부는 화해 차원에서 남편의 권유로 아이와 함께 외출을 했다. 어릴 때 부모님과의 좋은 추억이 많았던 남편은 가급적 가족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을 원했지만, 아내는 남편의 그런 요구를 불편하고 부담스러워했다. 외출해서도 남편은 내내 아내의 눈치를 봤고, 아내는 아내 대로 마지못해 남편의 요구를 맞춰추느라 서로 불편해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어색하게 귀가한 부부는 저녁에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남편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모르겠으니 알려달라"고 갈등의 이유를 정확히 알고 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아내는 "이유를 말해줘도 본인이 납득이 안 되면 어치피 갈등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대화도 풀더라도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대화보다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내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남편은 본인이 원하는 답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저는 그 답을 줄 수 없다. 남편을 약올리려고 답을 안 주는 게 아니라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남편은 '내가 하는 이야기를 안 듣나?'라는 생각이 든다"라는 속내를 밝혔다. 부부는 서로 이런 상태로 갈등이 쌓이다보면 언젠가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문제인식은 동일했다.
부부는 MBTI 에서도 성향이 극과 극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은영은 "사람마다 감정 유발의 속도와 강도가 다르다. 내향적인 아내는 감정유발의 강도가 약하고 속도도 느리다. 외형적인 남편은 정반대다. 남편은 기분이 좋으면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아내는 다르다. 남편은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고 '실제로는 기분이 안 좋구나?'라고 자신만의 해석을 하면서 오해가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정서 및 성격검사에서 사회적 성공과 인정을 중시하는 성격이지만, 타인의 감정에는 둔감한 편이고 자신의 문제 역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데 익숙한 성향으로 드러났다. 오은영은 이를 휴대전화 충전에 비유하여 "아내는 충분히 혼자 푹 쉬어서 에너지 회복이 필요한 성향"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남편은 대인관계에서 항상 적극적인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해오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의 말투와 표정을 의식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남편은 감정을 나누면 상황도 곧장 이해하는 분이다. 지금 아내의 말투는 남편에게는 거두절미하고 '이 업무를 어떻게 해결할 거야?'라는 명령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진단하며 이해와 개선을 당부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솔루션으로 "아이와 육아를 중심으로 대화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오은영은 "부모가 된 이상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해야 한다. 육아를 중심으로 소통을 시도하다보면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율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내에게는 "남편에게 정확한 의견을 제시하셔야 한다.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남편의 의견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이야기하는 것이, 남편이 가진 서운함과 답답함이 해소될 수 있는 대화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은영은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식사를 꼭 챙기고 가급적 아이와 함께 식사할 것을 당부했다. 무리해서 정해진 이유식을 꾸역꾸역 만드는 업무식 육아보다는, 체력을 보존하는 방식의 육아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남편의 직업인 축구에 빗대어 '소통을 위한 하프타임'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오은영은 "남편은 아내의 회복을 위한 조금 더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내 역시 '내가 괜찮아지면 말하겠다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다. 서로 노력을 통한 조율과 조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화이트보드를 활용하여 서로에게 꼭 이야기할 상황을 메모로 공유하는 방식을 추천하기도 했다.
남편은 "하프타임이 생각보다 짧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다음 경기 준비할 시간까지 하루 정도는 배려해줄게"라고 약속했다. 아내는 "내가 그냥 이야기한 부분이 남편에게는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당신의 기분을 더 고려하겠다. 하프타임이 짧지만 점점 더 줄여나가보겠다"고 다짐하며 훈훈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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