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많지만, 아이들의 '엄지척'으로 힘내봅니다"

신재용 2023. 8. 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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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13-3] 부산 주례여고 영양사 최현경 선생님

[신재용 기자]

'영양사는 관리자?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에서 이어집니다.

- '식생활지도수당'을 요구하시는 걸로 아는데, 어떤 내용이고, 왜 요구하는지 이유를 알려주세요.
"영양사는 교사가 아니라서 식생활 관련 수업은 못 해요. 그렇다고 '교육'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학생들과 피드백을 주고받고, 학생들이 제게 직접 '어디가 아픈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기도 해요. 편식하는 학생, 알레르기 있는 아이에게 급식지도를 해요.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는 직접 찾아가서 1대1로 교육하고 지도하죠. 이렇게 학생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게 교육이죠. 그래서 식생활지도수당을 요구해요.

더해서,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할 때 권고사항으로 나온 게 있어요.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수업을 들어가시니 차이가 있겠지만, 그 외에는 영양교사와 영양사의 업무는 차이가 없어요. 오히려 어떤 업무는 우리가 더 맡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급여 차이가 크니, 수준을 맞춰주라고 권고했어요. 식생활지도수당 요구와 국회 권고사항이 맞물리는 거죠(기자 말 : 국회는 2021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영양교사와 영양사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니, 적정 규모의 식생활지도수당을 지급하라는 부대의견을 채택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영양사와 영양교사가 하는 일이 서로 같은데 영양사 임금 수준이 현저히 낮은 것은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공무원인 영양교사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영양사가 서로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그러나 다음 의견을 제시했다.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 영양사의 경우 영양교사가 하는 식품안전과 영양·식생활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나 학교급식 업무라는 공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영양사의 급여총액이 영양교사에 비해 53.8~78.7%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근무연수가 증가할수록 임금 격차가 더 커지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에게 ▲영양교사와 영양사의 업무 분석을 통해 각 비교집단이 동일·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거나 ▲비교집단 간에 현저한 임금격차를 줄여가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영양사는 수업권이 없을 뿐, 영양교사와 같은 업무를 한다. 교육청마다 있는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따라 영양사도 급식지도나 교육을 한다. 영양교사가 받는 교직수당에 대응해 영양사는 식생활지도수당을 요구한다. 더불어 동일노동을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임금 격차를 조금이나마 해소하자는 의미도 있다.

- 교육청 차원에서 하는 연수를 받으시는 게 있나요? 있다면 어떤 내용을 받으시는지, 그리고 기회가 충분한지 궁금합니다.

"연수가 있긴 한데, 선착순이라 문제죠. 코로나19 전에는 연수가 제법 많았어요. 제가 연수를 매번 참석했거든요. 전에는 2~3일 정도 연수가 있었는데, 코로나19 때 잠시 없어졌죠. 영양사 선생님들이 교육청 장학사에게 우리끼리 연수할 수 있게끔 일정을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각각 2~3일 정도 연수 일정을 받았죠. 연수 계획을 저희가 세우고, 다같이 무리 지어서 견학했어요. 교육청에서 공문을 내리는 공식적인 연수에요.

조리 연수, 식단 연수가 필요해요. 나이가 들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음식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너무 달라요. 그 격차가 커요. 그리고 '빼빼로 데이'처럼 무슨 데이라고 하는데, 잘 몰라요. 제가 아는 건 동지밖에 없어요(웃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맞추기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힐링연수나 상담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교직원은 그런 게 있거든요.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명상이나 요가를 하면서요. 다른 지역은 상담받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고 하던데 부산은 아직 없어요."

급식실에도 들어오는 민원

- 요즘 교권침해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죠. 영양사 선생님들은 겪는 일이 없나요?
"당연히 있죠. 요즘은 중식이 무상급식이라 중식 관련 민원보다는 (수익자 부담인) 석식 관련 민원이 많습니다. 중식비와 석식비가 같긴 한데, 급식인원이 달라서 메뉴 구성도 중식과 다를 수밖에 없어요. 학부모나 학생들은 그 차이를 알지 못하니 '중식은 반찬 수도 많고 간식도 자주 나오는데 석식은 왜 그렇지 않냐', '석식 메뉴가 좋아야 아이들이 학교에서 밥을 먹고 온다'라며 학부모 회의를 소집해 영양사 선생님을 앉혀두고 식단에 대해 검사받으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미혼인 영양사 선생님에게 "미혼이에요? 아직 자녀 없죠? 자녀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겠네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모르겠네요. 음식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겠네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영양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일이죠.

최근 있었던 일인데,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학교에 취업한 20대 중반 선생님이 일한 지 3개월 만에 병을 얻어서 사직하셨어요. 그분은 '경험이 없어 밥이 맛없더라', '경험이 부족으로 발생하는 일이니 잘할 수 있도록 경험 많은 학부모들이 가르쳐주겠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식자재 검수부터 조리과정 전반과 배식까지 (학부모들이) 관여하고, 학교장, 교육청에 민원전화를 지속적으로 넣었죠. 그 선생님은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두신 거죠."

-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과 보람을 느낄 때를 말씀해주세요.

"1994년이나 2023년이나, 차이는 있지만 인식의 문제가 있어요. 밥하는 직업을 굉장히 천시해요. 교직원 중에서도 영양사를 하대하듯 부르는 사람이 있어요. 조리 선생님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나 할 수 있는 밥, 누구나 하는 밥, 그거 하는 게 뭐가 힘드냐'는 인식이 있는 거죠. 그리고 선생님이 교실에 가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반응도 달라져요.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반 아이들이 오면 '감사합니다' 하고, '오늘 밥 좀 그렇지 않았나?'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반 아이들은 그 선생님과 반응이 똑같아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은연중에 문화를 대물림하는 거죠. 집에서 가정교육도 마찬가지고요. 아이에게 '너 공부 안 하면 저런 일 한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또 힘든 건,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보를 돌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예요. 고등학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보다 식자재 양이 많아서 일이 더 힘들어요. 특히 여기는 점심에 저녁까지 제공해야 하니 더 힘들죠. 그만큼 숙련된 분들이 필요한데, 숙련된 분들은 (일이 힘들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로 가요. 일이 힘드니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분들이 많이 오시죠. 지금 이 학교는 7명 근무하는데, 9월이면 한 분은 계약이 만료되고, 한 분은 정년으로 퇴직하고, 한 분은 전보로 다른 학교로 가세요. 그러면 3명이 새로 들어오는데 경험이 없는 분들이 오실 거예요. 그러면 기존에 있던 분들에게 부담이 더 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서로 원망이나 불만이 생기겠죠.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학교는 영양사에게 모두 해결하라고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운영도 해야 하고, 중재도 해야 하고, 밥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대해야 하고, 앞서 말한 학부모 민원도 받아야 하고. 이런 스트레스가 급격히 늘었어요. 더 안타까운 건 개선책이 없어 보여요. 나아질 거라는 보장만 있어도 좋을 텐데, 그게 없으니 점점 힘들어지죠.

반대로 보람을 느낄 때는 학생들이 맛있다고 할 때죠. 이 음식을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이나 '엄지 척'하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죠. 남자 고등학교에 있었을 때의 일인데요. 1학년 때 작았던 아이가 1년 지나고 7cm가 커서 왔어요. 살도 찌고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죠.
 
 부산 주례여자고등학교 전경
ⓒ 신재용
 
- 고등학교에 근무하시다 보니 외모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을 많이 보실 것 같습니다.
충분히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휴식을 취해야 본인들이 원하는 바를 얻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영양사로서 균형잡힌 식단과 잘 먹는 게 왜 중요한지 학생들에게 알려주세요.

"책에 있는 상식적인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청소년기는 2차 성징을 겪고, 신체적인 발달이 가장 큰 시기예요.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소모되는 시기인데 그 시기에 제대로 섭취하지 않으면 성장이 멈추겠죠. 외적인 성장뿐 아니라 내적인 기관도 성장이 같이 멈춰요. 요즘 학생들은 비만, 빈혈, 신경성 소화불량에 위염이나 장염을 많이 앓더라고요. 반복되다 보면 성인기까지 연결돼요. 다이어트도 좋지만 적절한 음식을, 적절히 골고루 섭취해야 해요. 신체가 안정돼야 체력도 생기고 공부할 수 있는 끈기도 생겨요. 건강한 신체를 먼저 만들었으면 해요. 끼니 거르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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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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