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모친상 때 직접 조의문 보냈던 북한, 尹 부친상에는 '침묵'

현예슬 2023. 8. 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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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별세 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 오전 8시 기준 북한 매체에서는 전날 윤 대통령 부친상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침묵을 이어갈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부모상을 당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 때는 북한이 직접 조의문을 보낸 바 있다.

북한은 2019년 10월 29일 당시 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가 별세한 이튿날 판문점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형식으로 된 조의문을 전달했다. 당시에도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썩 좋지 않았지만, 3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한 개인적 인연이 조의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안면이 없는 데다 남북관계도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냉랭해 북한이 조의를 표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그동안 주로 직접 인연을 맺은 남한 인사의 별세 소식에는 조의를 표하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별세 이틀 뒤인 2009년 5월 25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의문을 발표했다.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별세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조문단을 파견했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두 번째 정상회담으로 김정일과 인연을 맺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남북관계가 냉랭해진 이후에도 2019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때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직접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이 여사는 2000년 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찾았었고 이후에도 북한을 돕는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나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는 따로 애도를 표하지 않았다.

다만 조의를 표한 경우라도 그 직후에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단행하면서 남측 지도자에게 예우를 갖추기 위한 애도는 남북관계와 무관하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은 2019년 10월 31일 청와대가 북한이 전날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왔다고 발표한 지 불과 3시간여 만에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조의문을 보냈다고 발표한 지 4시간여 만에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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