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방치 땐 치매까지… 보청기도 효과 없다면 인공와우 수술 고려
난청, 뇌기능 떨어뜨려 치매 위험
정기적인 청력 검사 꼭 받아야
보청기 효과 없으면 인공와우 고려
인간의 모든 감각은 뇌와 연결돼 있다. 감각이 무뎌질수록 뇌에 가해지는 자극이 줄어들고 뇌 기능 역시 떨어진다. 청각 또한 마찬가지다. 뇌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각 못지않게 청각의 역할도 중요하다. 난청으로 인해 소리 자극이 줄면 대뇌 기능이 점차 쇠퇴하며, 난청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대뇌 위축으로 인해 치매 발병 위험 또한 높아질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는 "난청이 오래 지속될수록 뇌 기능이 저하될 위험도 높아진다"며 "스스로 청각에 문제가 생겼다고 느끼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난청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적극적으로 검사·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난청 원인 다양, 중이염·청신경종양도 영향
소리가 잘 들린다는 것은 외부에서 전달된 소리 자극이 귓속에서 전기 신호로 바뀐 뒤 대뇌 청각피질까지 자극에 대한 정보가 잘 전달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소리가 정상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를 '난청'이라고 한다. 평소 다른 사람의 말이 작게 들려 대화가 어렵거나 TV 소리가 너무 크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면 한 번쯤 난청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난청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면 이미 중등도 난청일 가능성이 높다.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에 따른 난청이 가장 많지만, 지나치게 큰 소리로 이어폰을 사용하는 습관이나 심한 작업장 소음, 흡연 등도 달팽이관을 손상시켜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이밖에 항암제, 항생제 등과 같은 약물이 원인이 되기도 하며, 귀 관련 질환에 의해서도 난청이 생긴다. 난청을 유발하는 질환에는 중이염, 메니에르병, 청신경 종양 등이 있다. 박홍주 교수는 "중이염이 심하면 고막이나 이소골이 손상될 수 있다"며 "청신경종양이나 메니에르병으로 인해 달팽이관, 청신경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도 난청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청력 저하, 치매로 이어져
난청을 단순히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질환' 정도로 생각해선 안 된다. 소리가 안 들리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져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심리적으로 고립감, 불안, 우울 등을 느낄 수 있다. 청각은 뇌 기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감각으로, 노년기 난청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뇌 기능이 저하되면서 치매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진다. 실제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연구에 따르면, 난청 환자는 증상 발생 10년 후 치매 발생 위험도가 경도 난청은 2배, 중등도 난청은 3배, 심한 난청은 5배 증가했다. 난청 자체가 치매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청이 있으면 치매가 빨리 찾아오거나 증상 역시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박홍주 교수는 "난청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환자들과 정상군의 대뇌피질 부피를 비교한 결과, 난청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대뇌 피질이 감소했고, 특히 청각을 담당하는 부위와 언어를 이해하는 부위, 표정을 담당하는 부위의 감소가 두드러졌다"며 "시각과 청각은 대뇌로 들어오는 가장 중요한 감각신호로, 청각 기능이 저하되면 뇌를 자극하는 신호가 줄어들어 대뇌 역시 쇠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청기 효과 없다면 인공와우 수술 고려해야
난청이 심하지 않다면 정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받으면서 상태를 지켜보면 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최대한 빨리 검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법은 현재 청력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우선적으로 보청기를 사용하지만, 보청기를 사용해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할 경우엔 '인공와우 수술'을 실시한다. 인공와우 수술은 손상된 와우(달팽이관)를 인공와우로 이식·대체하는 치료법으로, 전극을 삽입해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고 청신경을 자극함으로써 소리를 듣게 해준다. 수술 시간은 1~2시간 정도며, 수술 전 충분한 검사를 통해 귀 내부 구조를 자세히 확인하고 숙련된 의료진에게 수술 받는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 또한 낮다. 최근에는 MRI 기술이 발전하면서 청신경의 미세한 모양까지 확인한 후 수술할 수 있게 됐으며, 기기 또한 소리를 깨끗하게 듣고 주변 소음 상황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발달했다. 수술 방법의 경우 달팽이관 주변 뼈를 가능한 작게 절제해 달팽이관 손상을 최소화하고 수술 전 잔존청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수술이 필요한 난청 환자는 조금이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효과가 좋다"며 "당장 수술 받지 못한다면 수술 전까지 보청기를 사용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들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는 수술 후에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언어평가·치료, 매핑(청신경 상태에 맞춰 변환되는 전기량을 설정하는 작업) 등을 받아야 한다. 수술 직후에는 신경 반응이 불안정해 잦은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박홍주 교수는 "난청을 치료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사회적으로도 난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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