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앞두고…'월북 미군' 망명카드 꺼낸 北

장희준 2023. 8. 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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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중순 무단으로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발표했다.

킹 이병의 안위를 확인하려는 미국 측의 접촉 시도에 한 달 가까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던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 사실과 신병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킹 이병의 '망명카드'로 미국 사회가 반인권적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은 김정은 정권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움직임에 맞대응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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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한미군 월북 한달 만에 첫 입장 발표
"美 인종차별에 환멸 느껴…망명의사 밝혀"
유엔 안보리-한미일 '북한인권' 논의에 맞불

북한이 지난달 중순 무단으로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발표했다.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환멸을 느껴 자진 월북했으며 망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 당국의 주장이다. '북한인권'을 주요 의제로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반인권적 행태'를 부각시켜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 제하의 보도를 통해 "(킹 이병이 북한 영내에) 불법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지난달 18일 월북 당시의 상황을 공개했다. 킹 이병의 안위를 확인하려는 미국 측의 접촉 시도에 한 달 가까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던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 사실과 신병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북한으로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의 할아버지가 인터뷰하는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통신은 "트래비스 킹은 자기가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넘어올 결심을 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래비스 킹은 또한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북한)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입장이 공개된 직후 미 국방부는 곧바로 '망명의사를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미 국방부 측은 "우리는 킹 이병의 안전한 귀환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방부의 우선순위는 그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주목할 점은 '타이밍'이다. 유엔군사령부 등을 통한 미국 정부의 접촉 시도에 불응하던 북한이 돌연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킹 이병에 대한 입장을 전격 공개한 것은 일련의 대외 환경에 대한 대응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의 발표 하루 뒤인 17일에는 한미일 요청에 따라 유엔 안보리가 6년 만에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한다. 연이어 18일에는 한미일 3국이 첫 단독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마찬가지로 '북한인권' 사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킹 이병의 '망명카드'로 미국 사회가 반인권적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은 김정은 정권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움직임에 맞대응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날에도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 명의로 낸 담화에서 안보리의 북한인권 회의를 "배격한다"고 밝혔으며, 특히 미국을 겨냥해 "대결의식이 골수에 가득 찼다"고 비난한 바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이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이번 월북 사건을 '불법 침입'으로 규정했는데, 킹 이병이 스스로 월북했다는 주장과 다소 어긋나는 대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월북을 불법 침입으로 규정했다는 건 북미 간 협상용으로서 '추방 가능성'을 내포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선정용, 중기적으로는 협상용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등 인권단체는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서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사안,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송환 정책에 관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서한을 이날 중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결의안을 추진하도록 촉구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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