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피해자 보상 논란…이번엔 국회서 논의될까

지원금 상한 낮다는 지적 나와
특별결의로 추가 지원 가능
피해자 보호 강화 법안은 계류 중
지자체별 조례·예산 편성 '활발'

최근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구조금 및 지원금의 상한이 낮아 충분한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부근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해 소방 구급차들이 사건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검찰, 구조금·지원금 "최대한 지원"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른 ‘구조금’과 범죄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른 ‘지원금’으로 나뉜다. 구조금은 세부적으로 유족구조금과 장해구조금, 중상해구조금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유족구조금은 피해자 사망 당시의 월급액이나 월실수입액 또는 평균임금의 24개월 이상 48개월 이하 범위에서 정해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으로 책정되는데, 가족의 생계를 전적으로 유지하던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와 자녀는 40개월, 직계 존속과 손주는 32개월로 규정돼 있다.

지원금은 치료비, 심리치료비, 생계비 등이 있다. 치료비는 5주 이상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신체적 피해를 본 경우 연 1500만원, 총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된다. 또한 범죄피해자 경제적 지원 심의위원회는 범죄피해의 정도, 경제적 사정 등을 고려해 특별결의를 거쳐 추가 지원을 진행한다. 정신과 치료의 경우 실비를 지급하고, 심리상담의 경우 회당 10만원 이내, 월 50만원 상한으로 최대 3개월 동안 지원한다. 생계비는 월 50만원을 상한으로 최대 3개월 지급하며, 부양가족 수에 따라 증액된다.

앞서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은 분당 흉기난동 사건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피해자의 입원비가 엿새간 1300만원에 달하는데, 범죄피해자보호센터 지원금은 1500만원 수준이며 중복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지원금이) 중복지원이 안 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특별 의결을 통해 계속 지원할 수 있다”며 “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표류, 지자체는 활발

여야는 2021년 범죄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먼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현행 범죄피해자 구조금액의 상한을 유족구조금의 경우 120개월, 장해구조금과 중상해구조금의 경우 60개월로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에 대해 박철호 법사위 전문위원은 범죄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추가재정 소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피해자의 소득, 피해 정도, 부양가족 수에 따라 구조금액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예산 추계는 어려우나 개정안에 따르면 유족구조금의 최대금액은 1억4899만원에서 3억7249만원으로, 장해·중상해구조금의 최대금액은 1억2416만원에서 1억8624만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장해 또는 중상해의 정도가 심각해 평생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에 한해 현행법에 따른 구조금 지급 한도를 초과해 장해구조금 및 중상해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상해를 입은 범죄피해자가 아동일 경우 해당 아동이 18세에 달할 때까지 금전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다.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범죄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례 논의와 예상 편성이 활발하다. 경기도의회는 '이상 동기 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 달 5일부터 열리는 제371회 임시회에 올릴 예정이다. 관악구의회는 2017년 7월 범죄피해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하고, 예산에 범죄피해자 지원금을 편성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피해자 지원 제도가 예산이 많지 않은 만큼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