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조직구조는 전략을 따른다!
인도에서의 경험이다. 등기 우편을 보내려고 우체국에 가면 짜증날 정도로 많은 단계를 밟아야 했다. 무슨 내용이냐 물어보는 직원, 무게 재고 우표 금액을 알려주는 직원, 우표 파는 직원, 우표 붙이고 소인 찍는 직원, 장부에 적는 직원, 마지막으로 접수증을 주는 직원까지 모두 6 단계를 거친다. 과도한 조직 팽창과 분업으로 오히려 비효율적이며 고객에게는 불편만 주는 관료조직의 극단적 예이다.
조직은 통제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비대해지고 복잡해진다. 영국 해군에서 근무했던 경제학자 파킨슨(Northcote Parkinson)이 군조직의 비대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1955년에 발표했다. 그의 연구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투인원과 군함이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행정요원은 오히려 2,000명에서 3,560으로 80% 가량 증가했고,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 후에도 행정 관리자의 숫자는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을 밝혀냈다. 그의 분석은 이렇다. “관료는 승진을 위해 부하 직원의 수를 늘리려 한다. 부하가 늘어나면 추가된 직원들의 관리, 감독, 지시 업무가 증가하니 중간 관리자를 증원하여 조직이 또 팽창한다.” 이를 ‘파킨슨의 법칙’이라고 하며, 전 세계가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조직 구성원은 조직 생활을 통해 필요한 것을 얻는다. 경제적 안정, 인간관계 형성, 자기계발과 성장, 명예와 성취감 그리고 행복 등이다. 조직은 그 목적과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해야만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따라서 효율성 제고, 합리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조직원들의 자발적 창의력 발휘에 주안점을 둔 조직구조를 짜는 것이 현대적 조직설계의 지향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조직이론은 다양하고, 대부분은 맞으나 일부는 불편하다. 그래서 현대의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 Ambiguity) 경영 환경에서는 기존 조직이론을 최대한 수용하려는 방향으로 조직설계를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전통적 조직이론의 주된 가치인 개인의 생산성 향상, 인간관계론의 중점 가치인 사람 중심의 경영, 시스템 이론이나 상황적응 이론(Contingency Theory)등이 추구하는 생존 적합성 등 모든 가치를 수용하려는 고심의 흔적이 현대 기업의 조직설계에 나타난다. 경영환경의 ‘복잡성(Complexity)’에 대응해서는, 지나친 ‘획일화’로 규제하려고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편향과 획일화 그리고 모든 환경에 언제나 적용될 것 같은 법칙의 함정을 피하려면 다음과 같은 대립적 요소를 적절히 융합하여 조직문화와 핵심가치에 기반한 조직설계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선택 가능한 다양성 속에서도 조직의 목적과 문화에 맞는 일관성은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 조직설계에서 고려해야 할 대립적 중요 요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번째가 분화와 통합이다. 업무나 노동을 어느 정도는 분화(分化)하고 특화(特化)하는 것이 효율성 제고에 좋다. 업무를 기준별로 묶어 부서나 부문으로 나누는 수평적 분화가 있다. 그 기준은 기능, 제품, 고객 그리고 지역에 따른 분화가 흔히 사용되고 있다. 영업부와 재경부의 구분은 기능, 가전과 반도체 사업부는 제품, 개인고객, 기업고객, 경기사업부와 영남사업부의 분류는 고객과 지역에 따른 분류의 예이다. 그렇게 수평적으로 분화된 여러 부서나 부문을 그룹으로 묶어 관리, 감독 그리고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고자 계층(Layer)을 형성하는 것이 조직의 수직적 분화이다. 전체 조직의 목적 달성과 시너지를 위해 분화된 조직을 코디하면서 조정하는 역할이 통합이다. ‘기획조정’은 통합의 한 예이다.
두번째 고려 요소는 지휘계통과 통제 범위(Span of Control)이다. 누가 누구에게 보고할 것인지, 한 명이 직접 관리하는 조직원의 수를 얼마로 볼 것이냐가 조직의 구조를 다르게 하는 설계 요소이다. 관료적 조직이 많이 적용되었던 1990년 이전의 한국 대기업에서 평균 7~9 단계의 결재 라인 즉, 긴 지휘계통이 보편적이었다. 또 과장급 한 명이 관리하는 사무직 직원의 수도 16명 내외로 통제범위가 매우 큰 부서별 조직이었다. 이것은 지금도 확신이 안서는 조직설계의 이슈이다.
세번째 요소는 의사 결정권의 집중화와 분권화이다. 지휘계통의 최고층에 의사 결정권이 집중된 것을 집중화(Centralization)라 하고, 하위 계층에 위임된 경우를 분권화(Decentralization)라 한다. 현대의 사람 중심 경영에서는 업무 수행 과정의 통제나 감독은 최소화하고, 결과에 대해서만 평가, 통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 경우 권한이 주어진 만큼 동등한 책임을 진다는 ‘권한-책임 등가의 원칙’을 확실히 하는 것이 조직 설계에서의 필수 사항이다.
위와 같이 조직 설계에서의 6가지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여 현재 중견기업 이상에서 구현된 조직의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기능별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이다. 가장 간단한 조직을 예로 든다면 CEO 밑에 생산, 영업, 연구개발 그리고 관리부문으로 수평 분화된 조직이다. 아담 스미스의 분업과 막스 베버의 관료제 조직이 가장 충실하게 구현된 조직 형태이다. 분업으로 인해 각 부분의 전문성이 강화된 장점이 있으나, 부문간의 소통단절과 부서 이기주의 즉 사일로 효과(Silo Effect)가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다. 정유산업 등 장치산업이 이런 형태를 주로 취하는데, 놀랍게도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애플도 기능별 조직이다. 그 이유는 각 기능 부서의 책임자가 곧 전문가라는 인식 아래 그에게 재량권을 상당히 부여하고 지휘 라인을 짧게 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조직 형태는 사업부제 조직(Divisional Organization)이다. 이는 수평적 분화에서 제품, 고객 또는 지역을 기준으로 하여 분화 시킨 조직으로서, 각 사업부가 독립채산제를 채택한다. 한 회사가 3개 이상의 이질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이런 조직 형태를 취한다. 예를 들어 건설업, 제조업 그리고 유통업까지 사업 영역을 다각화 한 기업이 이런 조직 형태를 취한다. 성과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각 사업부에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상실한다는 단점이 있다. 캐딜락, 쉐보레, 올즈모빌 등 여러 사업부로 나누어진 과거 GM과 같이 1960년 미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이 조직 형태를 취했다.
마지막은 혼합형 조직(Hybrid Organization)이다. 이는 기능별 조직과 사업부제 조직의 혼합인데, 그 조직 형태가 노리는 효과는 영업에서의 시너지 효과와 구매 등에서의 ‘규모의 경제’이다. 대형 건설회사, 지역별 판매망을 가진 자동차 회사가 대개 이런 조직 구조를 취한다.
지금까지 누적된 조직이론 및 조직설계에서 경영자가 고려하고 취해야 할 가치와 효과는 너무나도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를 위해 조직 설계에서 있어 핵심적 고려 사항만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은 그냥 놔두면 자연적으로 팽창하고 복잡해진다. 더 복잡해질수록 그 기업은 더 일찍 노후화 한다는 것도 파킨스의 법칙이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 때 그 구성원의 자율성이나 창의성은 더 떨어진다. 조직은 Slim하게 유지해야 한다.
둘째, 조직의 경직성을 완화하여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자극하는 자율경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직적 구조의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분권화 된 수평적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 어떤 집단의 상위 20%가 전체 성과의 80%를 차지한다는 2대 8의 법칙인 파레토의 법칙(Pareto Principle)이 있다. 이 법칙이 기업에서는 나타나지 않도록 전 조직원의 창의와 자율적 성과를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기업은 자신의 경영전략에 맞추어 유기적으로 조직을 바꿔야 한다. “조직구조는 전략을 따른다(Structure follows strategy)”는 경영전략과 조직설계의 정곡을 동시에 찌르는 챈들러(Alfred Chandler) 교수의 유명한 말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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