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무해한 '잃어버린 외장 하드를 찾는 이상한 모험' [D:쇼트 시네마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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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흑백 장면 속에 등장한 여미숙(오경화 분)은 친구 이 감독(권은수 분)의 영화 촬영 원본이 담긴 외장 하드를 찾는데 한창이다.
여미숙은 외장 하드가 여기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찾아 달라고 청소부에게 부탁하지만, 관리자는 그렇게 중요하고 소중한 걸 미리 백업해 놓지 않았느냐고 호통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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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흑백 장면 속에 등장한 여미숙(오경화 분)은 친구 이 감독(권은수 분)의 영화 촬영 원본이 담긴 외장 하드를 찾는데 한창이다.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외장 하드를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없다. 친구 이 감독은 촬영 원본을 다 백업했느냐고 재촉한다. 혹시 촬영본을 다른 외장 하드에 옮겨 놓지 않았을까 싶어 살며시 물어봤지만 외장 하드에 담긴 원본 하나 뿐이다.
이 감독은 "이번엔 느낌이 좋아, 보증금까지 빼서 제작비로 썼다", "살짝 모자라서 대출까지 받았다", "오늘은 잘 곳이 없지만 막노동을 하니 일당 받으면 괜찮을 것 같다" 등의 말을 여미숙에게 건네며 그의 어깨를 점점 무겁게 만든다.
그 순간 집안 의문의 구멍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 구멍 안에는 여미숙이 잃어버렸던 양말, 가위, 빨래집게 등 잡동사니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 때 청소부가 나타나 이 곳은 집 안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모이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여미숙은 외장 하드가 여기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찾아 달라고 청소부에게 부탁하지만, 관리자는 그렇게 중요하고 소중한 걸 미리 백업해 놓지 않았느냐고 호통을 친다. 그리고 자신의 것이라도 이 곳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는 건 규칙을 어기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이어서 나타난 고양이 달링. 여미숙의 고양이 달링은 이 곳의 권력자다. 고양이는 잃어버린 적이 없는 여미숙이 어리둥절해 하자,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장소라고 알려준다. 달링은 풀 죽어 있는 여미숙에게 과거 그가 찍었던 영화의 시나리오를 건넨다. 시나리오는 잃어버린 것이 아닌 버린 것이지만, 이곳은 잃어버린 물건 만 있지 않았다. 이 시나리오는 잃어버린 여미숙의 자신감이다.
누구나 한 번쯤 집 안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며 '우리 집에 블랙홀이 있는 건 아닐까' 엉뚱한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영화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묻는다.
'걷기왕, '오목소녀' 등을 연출한 백승화 감독의 작품으로, 판타지 같은 설정을 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영화 감독을 꿈꾸는 여미숙, 이 감독을 내세워 영화인들을 향한 응원 같지만, 설정을 영화인으로 했을 뿐, 누구나 공감하며 즐길 수 있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즐기기 좋다. 영화가 끝난 후 크레딧이 올라가며 나오는 음악까지 모두 들어야 이 영화가 완성된다. 꿈과 파일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미리미리 백업해 놓자는 교훈을 준다. 러닝타임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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