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임기 종료 앞둔 포스코…KT처럼 사외이사 교체하나
현 이사진 역대 정권과 인연 '눈길'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주목받는 포스코 그룹의 왕좌를 누가 이을 것인가에 벌써부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최정우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높아진 주가 덕에 주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최 회장이지만 지주사 주소 이전 논란과 '셀프 성과급', '힌남노 침수'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론은 여전하다.
재계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터라 리더십 교체를 예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회장 후보를 추대하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최 회장 임기 내 선임된 만큼 회장 선임에 앞서 사외이사진까지 교체하는 KT 사례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T 기존 사외이사들을 주축으로 한 이사추천위원회는 윤경림 사장을 대표 후보로 선출했다. 하지만 여권 등은 ‘카르텔’이라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사장은 결국 후보를 사퇴했다. 이후 새 사외이사들이 구성한 이사추천위원회는 김영섭 LG CNS 전 사장을 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카르텔이 기존 KT 직원뿐 아니라 대표이사 선출 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들도 겨냥한 단어란 분석도 나왔다.
최 회장이 만약 내년 주주총회까지 정해진 공식 임기를 무사히 채운다면, 포스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임기를 다한 최고경영자(CEO)라는 기록을 세운다. 2018년 7월 9대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은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5년간 왕좌를 지키고 있다.
포스코 역대 회장은 모두 정권 교체 후 불명예 퇴진을 했다. 고(故) 박태준 초대 회장은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정치적 불화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2대 황경노 회장, 3대 정명식 회장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4대 김만제 회장과 5대 유상부 회장, 6대 이구택 회장, 7대 정준양 회장에 이어 8대 권오준 회장도 모두 같은 길을 걸어야 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포스코도 KT와 함께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상으로 지목됐다. 다만 임기가 끝나고 '셀프 연임'을 시도한 KT에 먼저 이목이 쏠렸고, 상대적으로 최 회장은 한발 늦게 관심에 오른 셈이다. 올 초 포스코·KT를 향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던 국민연금도 정작 지난 3월 포스코 주총에서는 주요 안건에 반대하지 않았다.
포스코그룹은 회장 선임 절차에 공정·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사내이사 참여 없이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 CEO 후보의 자격을 심사해 추천하는 독립기구다. KT 이사추천위원회와 성격과 구성이 거의 같다.
올 연말쯤 구성될 예정인 위원회에서 별도 후보군을 추리고, 임직원과 채권단, 계열사 대표들의 의견 청취와 인터뷰 등을 통해 최종 후보를 추천하게 된다. 이어 내년 3월 주총에서 의결을 거쳐 CEO를 최종 확정한다.
현재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는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권태균 전 조달청장,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 손성규 연세대 교수, 박희재 서울대 교수, 김준기 연세대 교수 등 7명이다.
일부는 역대 정권들과 인연을 맺고 있어 더 눈길을 끈다. 김성진 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유영숙과 권태균 이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공직자 생활을 했다. 손성규 이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재계 관계자는 "자타 공인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친(親) 포스코 인사라거나 정치적인 쏠림이 있는 이사진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차원에서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이 얼마나 공정하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포스코 새 대표 선정 전에 추천위원인 사외이사들의 공정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을 거쳐야 새 대표 후보를 확정했지만, 판을 깨고 다시 짜 새 후보를 선출하는 혼란을 겪은 KT와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처럼 회장 후보 선정 전에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될 여지도 있다는 평가다. KT는 지난 6월 임시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 7명 전원을 교체했으며, 이들로 꾸려진 이사추천위원회가 지난 4일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CEO 후보로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회장 선임을 최종 승인하는 주주나 지역사회도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급등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갑작스러운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서 주주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언제든 반대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포항과 광양 등 지역에서도 지역 홀대를 이유로 최근까지 퇴진 집회까지 열 정도로 최 회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회장 선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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