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몸살에 초인종 뗀 북촌주민들, 유커 복귀에 "또 희생" 불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북촌에서만 60년을 살아온 김창순씨(84·여)는 지난해 자택 초인종을 떼버렸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는 신경 쓰일 정도로 북촌이 시끌벅적하지는 않았는데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 북촌이 다시 시끄러워질까봐 걱정이다"라며 "이곳 상인들을 위해 관광객을 막을 순 없지만 언제까지 희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북촌에서만 60년을 살아온 김창순씨(84·여)는 지난해 자택 초인종을 떼버렸다. 코로나19 상황이 풀리면서 북촌에 몰려든 관광객들이 계속 초인종을 눌러서다. 처음에는 화장실이 급하다는 관광객들의 말에 문을 열어줬지만, 이 같은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아예 초인종을 없애버린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는 신경 쓰일 정도로 북촌이 시끌벅적하지는 않았는데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 북촌이 다시 시끄러워질까봐 걱정이다"라며 "이곳 상인들을 위해 관광객을 막을 순 없지만 언제까지 희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유커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유명 관광지 상권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관광지 일대 주민들은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인한 불편함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문화관광국은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여행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 제재를 푼 것은 2017년 3월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 이후 6년5개월 만이다. 유커는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관광객 중 하나다. 사드 배치 이전인 2016년 한국에만 유커 806만명이 들어왔다. 보복 조치 이후인 2019년에도 유커 602만3021명이 한국을 찾는 등 중국인 관광으로 인한 경제 효과는 상당하다.
서울에서도 유명 관광지로 손꼽히는 종로구 인사동 상권은 유커를 반길 준비에 나섰다. 상인들은 단체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만큼 매출 증대를 기대했다. 실제로 태풍 카눈으로 인해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11일에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공예품 등을 구경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중국인 7명이 전통 찻집 앞을 지나가며 인사동 거리를 둘러보기도 했다. 전통공예품을 판매하는 권정숙씨(65·여)는 "중국인들은 큰 손이 많아 확실히 매출에 큰 도움을 준다"며 "인사동 상권이 점잖게 있는데 유커 방문을 앞두고 홍보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인사동과 도보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벌써부터 걱정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종로구는 조용히 북촌을 구경하는 '정숙 관광'을 위해 안내원 8명을 한옥마을 곳곳에 배치했다. 하지만 유커로 인한 오버 투어리즘을 안내원만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북촌서 7년째 거주 중인 이모씨(67·여)는 "관광객들이 박물관이나 갤러리인 줄 알고 불쑥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대문을 열고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강모씨(66·남)도 "유커들은 단체 관광객들이니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오후 5시 이후 북촌 관광을 막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충돌이 발생할까 봐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질 좋은 관광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단체 관광객들이 저가의 상품 패키지로 오면 관광지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라며 "고품질의 관광 상품 개발과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간 여행협회와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연수, 전남편 송종국은 괴물?…"자식 전지훈련도 못 가게하고" - 아시아경제
- "약혼녀, 유명 기업 대표와 성매매…수첩엔 '첫 관계 300만원'" - 아시아경제
- "일본 카페서 핸드폰 충전하면 잡혀갑니다" - 아시아경제
- "여성 연락처만 100여개…세금만 70억 내는 남편, 성매매 중독자"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주연은 200억도 받는데" 3000원 안되는 시급 10% 삭감에 발끈한 中 단역배우들 - 아시아경제
- 암 치료에 쓰라고 2억 모아줬더니 새 집 산 20대…분노한 中 누리꾼 - 아시아경제
- "흠뻑 젖은 티셔츠 무려 12장"…공항서 딱 걸린 여대생 무슨 일? - 아시아경제
- 조종사들도 기다렸다가 '찰칵'…송혜교 닮았다는 中 여성 파일럿 - 아시아경제
- 과일 아직도 비싼데…올 겨울 이 과일 먹어야 하는 이유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