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中부진에 美은행주 급락까지…3대지수 1%대 하락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5일(현지시간) 중국의 부진한 경제지표, 피치의 무더기 등급 하향 경고에 따른 은행주 약세 여파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미 경제 버팀목인 소매판매 지표가 예상을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시장 경계감도 확인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61.24포인트(1.02%) 떨어진 3만4946.39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1.86포인트(1.16%) 낮은 4438.8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7.28포인트(1.14%) 하락한 1만3631.05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11개 업종 모두가 하락했다. 특히 에너지, 금융, 소재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피치가 JP모건체이스를 포함해 수십개 은행을 강등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은행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JP모건은 전장 대비 2.55% 내렸다. 시티와 웰스파고도 각각 2%대 낙폭을 기록했다. SPDR S&P 지역은행 ETF는 3% 이상 내려앉았다. 이와 함께 전날 7%이상 급등한 엔비디아는 강보합에 마감했다. 암젠은 2%가까이 올랐다. 홈디포는 이날 개장전 공개된 주당순이익이 기대치를 뛰어넘으며 강보합을 나타냈다. 반면 이번주 실적 발표를 대기 중인 타깃과 월마트 각각 2.55%, 0.51%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실적발표, 주요 경제지표, 은행주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이날 개장전 공개된 미국의 7월 소매판매는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최근 6개월간 최대 증가폭이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 증가)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자동차 등을 제외한 근원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1.0% 늘어났다.
특히 이번 지표는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뚜렷한 완화 추세를 보이면서 이른바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추가됐다. 다만 이처럼 탄탄한 소비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스티펠 파이낸셜의 린제이 피에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지표에 대해 "소비 탄력성 덕분에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강화할 것"이라며 "동시에 이는 Fed가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날 발표된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8월 제조업지수는 -19까지 하락했다. 이는 7월(1.1)은 물론, 다우존스 추정치(-1.4)도 훨씬 하회한다. 해당 지수는 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다만 6개월 후 경기기대감을 보여주는 기업환경지수는 19.9로 전월(14.3)보다 올라 1년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같은 날 공개된 8월 주택시장 심리지수 역시 50으로 전월 대비 6포인트 떨어졌다. 8개월만의 하락세다. 이는 월가 전망치(57)도 미달했다.
앞서 공개된 중국의 7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도 예상보다 나빴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정책금리를 깜짝 인하하면서 중국 부동산 위기 등을 둘러싼 우려가 한층 강화됐다. 최근 중국에서는 대형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촉발한 디폴트 위기로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실업률 발표를 중단한다는 중국의 발표 역시 최근 현지 실업률이 심각함을 시사해 경기둔화 우려를 더했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랜더 최고투자책임자는 "어느 시점에서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멈췄다"면서 "의미있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할 것 같지 않다는 시장의 결론이 올 들어 세번째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미 은행 수십곳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 역시 이날 시장 투심을 짓누르는 역할을 했다. 피치의 크리스 울프 애널리스트는 이날 오전 공개된 CNBC 인터뷰에서 미 은행업계의 영업환경(Operating Environment, OE) 등급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은행업계의 OE등급을 현 ‘AA-’에서 ‘A+’로 한단계 낮추게 되면 모든 재무 기준을 재조정하게 된다"며 "부정적 등급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70개 이상의 미 은행에 대한 전면적 등급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즉각 은행주 하락세로 이어졌다. 은행주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더 많은 자본규제에 찬성한다고 발언하며 더욱 힘을 잃었다.
이번 주에는 어닝시즌 막바지를 맞이해 미국의 소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소매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대거 예정돼있다. 이날 홈디포에 이어 16일에는 ‘유통공룡’ 타깃, 할인매장업체 티제이맥스·홈굿즈 등의 모회사인 TJX가, 17일에는 월마트, 로스스토어 등이 실적을 선보인다. 앞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홈디포는 올해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조정한 상태다. 반면 월마트는 지난 5월 식료품 및 전자상거래 사업 호조에 힘입어 올해 매출 전망을 상향했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5.25~5.5%로 끌어올린 Fed는 오는 16일 FOMC 의사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FOMC 의사록을 통해 9월 이후 금리 방향, 경제 전망 변화 등을 확인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9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9월 동결할 가능성을 88%이상 반영 중이다. 이밖에 이번주에는 뉴질랜드 중앙은행,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도 예정돼있다. 오는 18일에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미국 데이비드 캠프에서 열린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21%대, 2년물 금리는 4.95%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보합권인 103.2선을 나타내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1%이상 올라 16.4선을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는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2달러(1.84%) 하락한 배럴당 80.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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