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우리가 거짓말을 믿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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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거짓임이 밝혀진 정치인 말을 믿고, 음모론을 퍼뜨리는 걸까.
최근 저서 '정치, 거짓말과 음모론(Politics, Lies and Conspiracy Theories)'을 집필한 마셀 다네시 토론토대 기호학 교수는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특정 정치 지도자들이 말과 연설로 대중을 감정적 폭풍 속으로 몰아넣어 생각과 신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길든 사람들의 뇌는 거짓말과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큰 형태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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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거짓임이 밝혀진 정치인 말을 믿고, 음모론을 퍼뜨리는 걸까. 최근 저서 ‘정치, 거짓말과 음모론(Politics, Lies and Conspiracy Theories)’을 집필한 마셀 다네시 토론토대 기호학 교수는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특정 정치 지도자들이 말과 연설로 대중을 감정적 폭풍 속으로 몰아넣어 생각과 신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한국에서 ‘거짓말의 기술’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다네시는 아돌프 히틀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포퓰리즘 정치인들의 연설을 언어인지학 관점에서 분석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역사적으로 이런 유형의 지도자들은 비인간적 은유를 사용해 타인에 대한 증오심을 심고 전파해 왔다는 것이다.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파충류’나 ‘기생충’으로 불렀던 것처럼 특정 사회 집단을 ‘쥐’ ‘해충’ ‘전염병’ 등 부정적 단어로 지칭하는 식이다.
은유는 ‘상위 인지 추론 중추’를 우회해 현실에 근거가 없을 수도 있는 연결성을 만들어낸다. 이에 길든 사람들의 뇌는 거짓말과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큰 형태로 변화한다. 다네시는 특히 두려움이나 불확실성을 느끼는 사람들의 뇌가 은유적 수사를 통한 ‘해킹’에 쉽게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공격적 언사를 통해 공포를 불어넣고, 비인간적 은유를 반복해 거짓을 세뇌하면 광신도가 탄생한다. 심리학에서는 관련 없는 것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연관을 찾으려는 증세를 ‘아포페니아’라 부르는데,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이런 효과의 강화와 관련돼 있다고 한다. 다네시는 아포페니아가 음모론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기재가 된다고 봤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다’고 여전히 믿고 있는 미국인 35%(지난 2~4일 유거브 여론조사) 사고의 실마리를 이렇게 풀어냈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중국) 만주 후보’, 법무부를 ‘부패부’라 불러왔다. 진보 성향의 메건 라피노가 주장을 맡은 여자 축구대표팀을 ‘급진 좌파 미치광이’로 치환했다.
증오의 거짓말과 음모론이 확산하는 동안 국가 기관인 법무부나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5년 전 모두 60%를 웃돌았는데, 이젠 각각 35%, 37%(지난 7월 NBC방송 조사)로 쪼그라들었다. 미디어가 뉴스를 공정하게 보도할 것으로 본다는 미국인은 10명 중 2명(16%·지난 5월 AP통신 조사)이 채 안 된다. 45%는 뉴스 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뇌 배선’ 연구에 따르면 거짓말을 믿기 시작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모순되는 증거를 마주하더라도 이를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뇌가 거짓을 믿는 경로에 익숙해지면 벗어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신력을 잃은 기관 대신 스스로 답을 찾아 헤매는데, 목적지는 대체로 동지들의 광장이다. 거짓말 정치인들은 그곳에서 끊임없이 광신도들이 듣고 싶은 말을 던져주며 음모론에 연료를 공급한다. 그들끼리 똘똘 뭉쳐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거짓말과 음모론은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분열의 씨앗이 된다. 다네시는 정권 붕괴나 전쟁 패배 수준의 파괴적 사건이 뇌를 재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꾸로 말해 그런 종류의 충격적 사건이 없다면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이는 독재자에게 이익이 되고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언어를 제어하는 자가 생각을 지배한다. 점점 더 과격하고 분열적인 언사를 쏟아 내는 정치인을 보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 뇌를 해킹하러 왔구나.’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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