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다가오는 美대선 시계… 짙어지는 反中 정서
바이든 유약한 이미지 부각시켜
中 관련 비우호적 여론 형성되자
민주당도 강경 스탠스 전환 관측
대중 매파경쟁 더욱 치열해질 듯
2024년 미국 대선을 목표로 한 여야 주자들이 중국에 대한 발언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약한 이미지를 부각하고 차남 헌터의 중국 기업 금품 수수 의혹 등을 제기하기 위해 대중 강경책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이 형성된 상황이어서 민주당 역시 강경 스탠스로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고문을 맡은 딕 모리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선거에서) 중국을 쫓는 것이라고 조언했다”며 “미국은 중국에 제재를 가하고, 세계 다른 나라들도 제재를 가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캠페인에서 중국을 표적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모리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선의 핵심 공신으로 꼽힌 정치전략가다.
모리스는 “중국은 바이든과 연관이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헌터 등이 중국 에너지 업체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지적하고 이를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과 연관시켜야 한다며 “중국과의 부패 혐의에 초점을 맞추면 대선은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조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최근 대선 전복 시도로 기소된 이후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주(滿洲) 후보’(Manchurian candidate)라고 불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는 타협하는 사람으로 중국을 너무 두려워한다. 중국이 엄청난 돈을 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는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철회, 중국산 제품에 대한 보편적 기본 관세 부과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화당 전략가는 “트럼프는 우파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중국 매파주의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중 정책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판박이다. 그 역시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철회, 중국에 대한 중요 기술 공유 금지 등을 공약했다. 플로리다에서 군사기지나 중요 기반시설 인근 농지와 토지에 대한 중국 구매 제한법, 중·고등 교육기관에 대한 중국의 투자 및 기부 금지법에도 서명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주요 유세 연설에서 중국을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위협’이라고 부르며 “그들이 미국을 비웃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디샌티스를 ‘미들 사이즈 트럼프’라고 부르며 “라지 사이즈인 트럼프가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작은 크기의 트럼프’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당내 3위 주자인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도 최근 대중국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그들을 두려워한다”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살아있다면 그는 공산주의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선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마스와미는 중국의 펜타닐 제조, 소셜 미디어 앱 틱톡 등을 언급하며 모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미국의 중독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공화당 주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중국을 ‘미국에 침투하는 국가적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중국 기업은 미국 대학에서 수백만 달러 상당의 연구를 훔치고 중국 선전을 퍼뜨린다. 중국은 매년 6000억 달러 상당의 지적 재산을 훔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먼저 우리는 그들이 더는 미국 땅을 사지 못하도록 하고 그들이 이미 사들인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펜타닐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는 중국으로 가서 ‘당신이 미국인을 죽이는 것을 멈출 때까지 당신과의 모든 정상적인 무역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2040년까지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인 중국을 능가한다는 내용의 에너지 정책 계획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알래스카 연안을 합동 순찰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하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이웃을 정복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위협을 이해하고 21세기의 확대되는 위협에 맞는 훨씬 더 큰 해군, 새로운 조선소 및 군대를 건설할 새로운 총사령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미국 대학이 중국 군산복합체 조직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나 보조금을 공개할 것과 펜타닐 관련 약품에 대한 중국 공급망 제재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대중 관세에 회의적이라고 비판하는 등 공화당 주자들 사이에선 대중 매파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는 중국군에 대한 미국 기술과 투자 흐름을 막지 못했다. 중국은 그가 서명한 무역 협정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그는 중국에 너무 약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대선이 가까울수록 후보들의 대중 매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중국을 향해 ‘시한폭탄’ ‘악당’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블룸버그는 “2024년 대선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당파적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중국은 그에 따른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하나로 묶는 유일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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