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감독의 소리 없는 핵폭발 ‘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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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1945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비밀기지에서 핵폭발 실험에 성공한 천재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말했다.
배후엔 오펜하이머와 갈등 관계에 있던 미 원자력에너지위원회 창립위원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계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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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토대
킬리언 머피 등 호화 캐스팅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1945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비밀기지에서 핵폭발 실험에 성공한 천재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당시 소련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미국이 개발한 원자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다.
원자폭탄 투하로 종전은 앞당겨졌지만 두 도시에서 70만명 수준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오펜하이머와 상관없이 세계는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에 돌입한다. 백악관에 초대해 자신의 업적을 치하하는 해리 트루먼(게리 올드만) 대통령에게 그는 “내 손에 피가 묻은 것 같다”고 토로한다. 트루먼 대통령은 오펜하이머의 뒷모습을 보며 ‘울보’라고 조롱한다.
영화의 말미에 알버트 아인슈타인(톰 콘티)이 오펜하이머에게 건네는 말엔 뼈가 담겼다. 아인슈타인은 “사람들은 당신을 충분히 벌 준 다음 연어와 감자샐러드를 주면서 연설을 시킬 것이다. 메달도 줄 것”이라며 “사람들은 당신의 등을 쓰다듬으며 모든 것을 용서한다고 말하겠지만 그 모든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등을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15일 개봉했다. 영화는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의 오펜하이머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신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줬다가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된 프로메테우스처럼 오펜하이머는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군중 앞에서 핵폭발로 이들의 살이 열기에 타는 환영을 본다.
이후 수소폭탄 개발과 군비경쟁에 반대하던 그는 1954년 매카시즘 광풍과 함께 청문회에 서게 된다. 미 정치권은 젊은 시절 공산당원들과의 교류 등을 꼬투리 잡고 오펜하이머를 애국자에서 소련의 스파이로 전락시킨다. 배후엔 오펜하이머와 갈등 관계에 있던 미 원자력에너지위원회 창립위원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계략이 있었다.
영화는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의 증언을 통해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오펜하이머의 과거는 컬러 영상으로, 오펜하이머 청문회 장면은 다소 빛바랜 색감으로,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에 대해 말하는 장면은 흑백 영상으로 펼쳐진다. 놀란 감독은 아이맥스(IMAX) 65㎜와 65㎜ 대형 필름으로 촬영했고, 영화 사상 최초로 흑백 아이맥스 필름을 도입했다.
‘오펜하이머’의 백미는 핵폭발 실험 장면이다. 작품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해 온 놀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CG 없이 밤하늘에 치솟는 검은 버섯구름을 재현했다. 섬광에 뒤따르는 거대한 파괴는 무성(無聲)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이 소리없는 폭발은 영화를 아이맥스관에서 봐야 할 이유를 만든다.
배우 킬리언 머피는 오펜하이머 그 자체다. 오펜하이머 인생 전반을 오가며 열망과 혼돈, 불안, 무력감 등 다양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스트로스를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오펜하이머와 함께 프로젝트를 이끈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 역의 맷 데이먼, 아내 키티 역의 에밀리 블런트 등이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친다. 스트로스 청문회에 등장한 라미 말렉은 대표작 ‘보헤미안 랩소디’에서와 180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러닝타임 180분, 15세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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