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들여 막겠다더니… ‘두루뭉술 안전작업 표준서’가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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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에 있는 SPC 샤니공장의 '안전작업 표준서'를 보면 실효성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이 확인된다.
조현지 노무사는 "사고의 원인이 작업 현장의 환경이나 문화에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며 "CCTV, 작업일지 등을 통해 SPC 공장의 다른 근로자들의 행동을 확인하고 작업 현장에 안전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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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1조 작업 지침’ 아예 없어
위험상황 대처 설명도 부족
경기도 성남에 있는 SPC 샤니공장의 ‘안전작업 표준서’를 보면 실효성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이 확인된다. 끼임사고의 원인이 된 리프트에는 안전센서가 부착되지 않았다. SPC 관계자는 15일 “리프트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센서 부착 의무 설비가 아니다. 작업 성격 상 안전센서를 다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전센서가 없어도 될 정도로 위험도가 낮은 작업인데도 사고는 발생했다. 위험도가 낮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위험도가 낮다고 분류되는 작업에서도 사고를 예방할 방법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SPC의 안전매뉴얼이 2인 1조 작업에 적용하기에 어렵다. 이번 사고는 2인 1조 작업 중 발생했지만 ‘2인 1조 작업 지침’은 존재하지 않았다.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동료작업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물론, 안전을 위해 동료작업자가 일정 시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도 사전에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샤니의 안전작업 표준서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치즈케이크 정형·분할’의 작업 절차엔 ‘반죽 투입 및 분할’ ‘중량 측정 기록’ 등은 1인 작업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생산 설비를 청소할 때 ‘중량물 취급 시 2인 1조로 실시’해야한다고만 적혀있었다.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예방 조치도 보이지 않는다. 안전작업 표준서에 볼리프트(bowl lift)의 배합 볼 하강으로 인한 위험성은 적혀있으나(표 참조), 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빠져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매뉴얼을 보면 안전 조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게 보인다. 위험 상황은 기재돼있지만 이에 대한 예방책이나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며 “안전을 위해 면밀하게 검토를 해서 만든 것이 라기보다 안전 감독에 대비한 형식적인 매뉴얼”이라고 지적했다.
샤니공장의 부실한 안전 매뉴얼에 대해 전문가들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안전 매뉴얼을 처음 작성할 때는 내용이 비교적 간단할 수 있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정교하게 보강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SPC그룹은 지난해 10월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사고로 숨진 뒤 재발 방지를 공언했다.
다만 이번 사고에 사업주인 SPC의 책임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문서화된 매뉴얼뿐 아니라 실제 공장의 운영 행태도 들여봐야 한다. 조현지 노무사는 “사고의 원인이 작업 현장의 환경이나 문화에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며 “CCTV, 작업일지 등을 통해 SPC 공장의 다른 근로자들의 행동을 확인하고 작업 현장에 안전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작업 환경이 조성됐던 것이라면 근로자의 단순 과실치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로 숨진 고모(55)씨와 동료 작업자 이모(55)씨의 근속 연수는 각각 10년, 5년 이상으로, 둘 모두 숙련된 작업자였다. 동료 작업자 이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SPC는 “사고 발생과 관련한 원인 등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회사는 사고 직후 생산라인 가동을 중지하고 같은 공간 근무자의 심리치료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샤니공장의 사고가 난 구역은 여전히 작업이 중단된 상태지만 그 외 지역은 지난 14일부터 가동 중이다.
구정하 문수정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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