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차피 물러날 임원진 내세워 ‘꼼수’ 인적 쇄신한 LH

2023. 8.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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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끝난 임원들 사표 수리 '쇼'국토부, LH에 전관용역 중단 지시대대적인 혁신과 쇄신 서둘러야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대적인 조직 혁신의 첫 조치로 단행한 임원진 사표 수리는 '꼼수'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LH에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검찰·감사원·국토부 등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LH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과 쇄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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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끝난 임원들 사표 수리 ‘쇼’
국토부, LH에 전관용역 중단 지시
대대적인 혁신과 쇄신 서둘러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대적인 조직 혁신의 첫 조치로 단행한 임원진 사표 수리는 ‘꼼수’였다. 이미 임기가 만료됐거나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었다. 어차피 나갈 이들을 내세워 대단한 일을 하는 양했다. 이래서야 인적 쇄신이 될 리 만무하다. 이제는 LH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 안 믿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LH는 ‘순살 아파트’사태를 불러온 철근 누락과 전관 특혜 등이 불거지면서 ‘건설 이권 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1일 조직 혁신을 강조하며 상임 이사 4명의 사표를 받아 당일 바로 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중 두 명은 이미 지난달 임기가 끝났고, 다른 2명의 임기는 다음 달 말까지였음이 드러났다. 어떻게든 비난의 화살을 돌려보려는 꼼수였는데 한심한 일이다. LH의 ‘대국민 사표 쇼’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부동산 투기 논란 때도 ‘해체 수준의 혁신’을 다짐하며 상임 이사 4명을 교체했으나 이 중 2명의 임기가 9일 밖에 남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게다가 4명 모두 LH 사내대학 교수로 임기 2년을 보장받고 임용돼 논란이 일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LH에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마땅한 일이다. LH 퇴직자가 취업한 전관 업체가 LH가 시행한 공사의 설계·감리 용역을 싹쓸이하고 있는 실태가 이미 드러났다. 최근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명단을 공개한 뒤 이뤄진 6건의 설계·감리 용역도 모두 전관 업체가 따갔을 정도다. 그런데도 아무런 개선 조치 없이 관행대로 전관 업체가 용역을 따내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아파트 설계를 포함해 LH가 전관 업체와 지난 3년간 맺은 수의계약은 2300억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이들 업체가 경쟁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대거 용역을 따낸 과정에서 특혜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 전부터 LH가 내놓은 인적·조직 혁신 등 자구책에 국민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대조차 안 한다. LH는 더 이상 스스로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감사원·국토부 등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LH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과 쇄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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