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기소된 트럼프 "21일 보고서 발표...완전 면책 가능"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아주(州)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주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보고서가 공개되면 자신을 포함해 이번에 기소된 모든 사람이 '완전 면책'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공화당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무려 네차례 기소되며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다음날인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대선 부정에 대한 대규모의 복잡하고 상세한, 반박 불가 보고서가 거의 완성됐다"면서 "오는 21일 뉴저지 베디민스터(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골프 리조트)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대배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소를 결정했다. 이에 대한 공식 반박에 나설 것이라는 예고다. 그는 "이 최종보고서 결과에 따라 저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모든 혐의가 면책돼야 한다"면서 "완전한 무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게시글에서도 이번 기소 결정을 "마녀 사냥"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앞서 공개된 98페이지 분량의 기소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총 19명이 저지른 41개 혐의, 기소되지 않은 공모자 30명에 대한 내용이 적시됐다. 특히 이번 기소에는 마피아 등 조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리코(RICO)법이 적용돼 눈길을 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리코법 위반과 위조, 공갈, 허위 진술 및 허위 문서 제출 등 13개 중범죄가 적용됐다. 리코법은 1970년 마피아 소탕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법으로 최고 20년 징역형까지 가능한 법이다.
소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피고인들이 대선 패배 후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선거 결과를 불법적으로 바꾸려는 음모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와 조지아주의 다른 곳, 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 등 다른 주에서 두 건 이상의 공갈 행위를 저지르기 위한 공동의 계획과 목적이 포함돼 있다고 적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경합 지역이었던 조지아주 선거에서 약 1만1779표(0.23%포인트) 차로 바이든 당시 후보에게 패하자, 2021년 1월 초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재검표를 하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천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외 함께 기소된 18명 중에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인 존 이스트먼, 케네스 체세브로 등이 포함됐다.
특히 현지에서는 이번 기소 결정 과정에서 윌리스 검사장이 조직범죄 소탕을 위한 리코법 위반을 앞세웠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조지아주의 리코법은 여러 사람이 저지른, 관련 없어 보이는 범죄가 공통의 목적을 지원하는 것으로 판별될 경우, 검사가 함께 묶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서 "강력한 법 집행 도구"라고 평가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존 마셜 법학대학원의 마이클 미어스 교수는 "검사에게는 금광이다. 변호사에게는 악몽"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성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추문 입막음 관련으로 돈을 건네고 회계문건을 조작한 혐의 등으로 뉴욕검찰에 첫 기소됐다. 이어 6월에는 국가기밀 문건을 불법 반출해 보관한 혐의 등으로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연방검찰에 기소됐고, 이달 초에는 워싱턴DC에서 사기 모의, 선거 방해 모의, 투표권 방해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퇴임 이후 네 차례 기소 중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관련 혐의만 두 차례다. 이 가운데 뉴욕지검과 조지아주 풀턴카운티의 기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셀프 사면'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지아주의 경우 주지사가 아닌 주 위원회가 사면 권한을 갖고 있는 데다, 그 권한도 제한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미국 헌법상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아도 대통령 출마가 금지되진 않는다.
앞서 이뤄진 기소들은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수표 밀집 등의 호재로 작용했었다. 이에 따라 이달 두 차례의 추가 기소 또한 지지층 결집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주자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웃돌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자신에 대한 기소 결정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지지층 결집에 힘쓰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계속 이어지면서 결국 대선 가도에 악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선거운동 자금으로 쓰여야 할 정치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변호사비로 지출되고 있고, 공화당 내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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