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에 울려퍼진 환호성… 정보근 "아직 그 정도 아닙니다"
타석에 설 때마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터진다. '현재 롯데 최고 타자' 정보근(24) 이야기다.
롯데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10-5 승리를 거뒀다.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포수 정보근이었다. 선발투수 박세웅의 6이닝 2실점 호투를 이끌면서 타석에선 3타수 3안타 2볼넷 2타점 2득점을 올렸다. 1경기 5출루는 데뷔 이후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4출루(2023년 6월 2일 KIA 타이거스전 3타수 2안타 2볼넷)였다. 정보근은 "5출루가 처음인 건 알았지만, 긴장하지 않았다. 똑같은 타석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선발투수 박세웅은 경기 뒤 "피칭을 하면서 보근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를 풀어갔다. 또, 이닝 중간 중간에도 김현욱 코치님, 최경철 코치님과도 다음 타자, 볼배합에 대한 얘기를 많이 가져간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주전포수 유강남이 지난달 28일 경기부터 부상으로 빠졌지만, 정보근이 그 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정보근은 "지난 경기들을 봤을 때, 세웅이 형이 너무 삼진을 잡으려고 한 게 있었다. 그래서 카운트도 몰리는 장면이 많았다. 삼진에 대한 욕심보다는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 데 집중해서 '좀 맞춰 잡자'라는 느낌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정보근은 2회 첫 타석에서 SSG 선발 엘리아스의 시속 150㎞ 직구를 받아쳐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냈다. 4회 1사 2루에선 엘리아스가 체인지업으로 승부했지만 우중간 방향으로 날려 타점을 올렸다. 그리고 5회엔 바뀐 투수 최민준이 커브로 유혹했지만 참아내고 커터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날렸다. 스윙 스피드, 자신감, 판단 능력까지 모든 게 완벽에 가까웠다. 정보근은 "(특정 구종을)노리기보다는 원하는 코스의 공을 공략하려 했다"고 말했다.
정보근은 이날 전까지 통산 타율 0.199였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이 있는 포수다. 하지만 최근엔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1군에 올라온 뒤 불방망이를 휘둘고 있다. 아직 타석수가 많지 않지만, 시즌 타율은 0.407(54타수 22안타)까지 올라갔다. 정보근은 "좋은 결과가 나오다 보니까 자신감도 붙고 계속 좋은 하루하루 보내는 것 같다. (2군에)내려가기 전에도 타격감은 좋았다. 그래서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경기를 중계하는 이광길 KNN 해설위원은 "타격 메커니즘도 좋아졌지만 타석에서 여유가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뭔가 보여줜다'는 성급함이 보였는데, 지금은 안타를 계속 치니 '한 두 번 못쳐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기고, 그게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듯하다"고 했다. 타격 준비 자세에 변화를 준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정보근은 "일단 너무 조급하고 결과를 너무 내려고 하면 쫓기고 급해지니까 계속해서 힘 빼고 여유 있게 타석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보근은 이날 경기 전까지 1경기 3안타가 최다기록이었다. 7회와 8회, 두 번의 4안타 경기 기회가 왔지만 욕심내지 않고 볼넷을 골라냈다. 정보근은 "4안타 욕심을 내기보다는 똑같은 타석이란 느낌으로 임했다. 욕심 부려서, 너무 몸이 앞서다 보면 결과가 좀 안 좋게 나오기도 하니까 집중했다. 잘 맞으니까 타석에서 좀 더 보이는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무겁고 더운 장비를 차는 여름은 포수에게 힘든 시기다. 하지만 정보근은 "체력은 자신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수분 보충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타자들처럼 배트 무게를 조금 줄이기도 했다.
롯데 팬들은 정보근이 타석에 설 때마다 큰 함성을 질렀다. 정보근의 귀에도 들릴 수 밖에 없었다. 정보근은 "기분 좋긴 한데, 내가 이런 환호를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직은 (내가)좀 부족하다고 느낀다. 감사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처음 7번으로 나선 정보근은 '타순이 더 올라가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엔 "그런 생각은 없다"고 웃었다.
소중한 기회를 잡았지만, 서두르진 않을 생각이다. 정보근은 "너무 이걸(기회를)잡으려고 욕심 부리지 않겠다. 하루하루 생각한 루틴을 지키면서 계속 좋은 모습 쭉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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