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의 날’ 아시나요? ‘고양이의 날’에 묻혔습니다
지난 8일 네이버·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대문에는 ‘세계 고양이의 날’을 알리는 그래픽이 종일 떠 있었다. 포털마다 고양이 관련 각종 행사가 열렸고, 소셜미디어(SNS)에는 수많은 고양이의 사진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날이 ‘무궁화의 날’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15일 산림청에 따르면 무궁화는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개화하며 특히 8월에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광복절인 15일 전국에서 무궁화 축제가 열린 곳은 전남 순천만 국제공원, 충남 천리포수목원 정도에 불과했다. 벚꽃이 필 때면 각 지역에서 성대한 축제가 벌어지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무궁화는 고조선에서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제단을 장식하는 꽃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임금이 과거 급제자에게 하사한 어사화였고, 1896년 독립문의 주춧돌을 놓는 기공식에서 학생들이 부른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가사가 등장하며 독립운동의 상징이 됐다. 생존력이 강해 수많은 침입에도 끈질기게 견뎌온 한민족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무궁화의 인기는 시들하다. 산림청이 실시한 ‘2022년 무궁화 국민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무궁화는 꽃나무 선호도 8위(5.7%)에 그쳤다. 1위는 벚나무(18.1%)였다. 무궁화의 선호도가 낮은 이유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은 ‘흔히 볼 수 없음’을 꼽았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가로수(1097만9512그루) 중 무궁화는 4.7%에 그쳤다. 벚나무(왕벚나무 포함)는 14.9%였다. 각 지역에서 벚나무를 가로수로 선호하는 이유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좋은 데다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 가림막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무궁화는 묘목 특성상 가지가 줄기 하단부터 뻗어 나와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무궁화를 가로수로 심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미 2001년 무궁화를 가로수용 나무로 개량한 바 있다. 신한나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가로수용으로 이미 개발된 품종이 있고 현재 개발 중인 품종도 있다”고 말했다. 무궁화는 ‘환경 정화수’ 역할도 한다.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높고, 소음 차단 기능도 뛰어나다고 한다. 신 연구사는 “분홍색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는 홍단심계 외에도 꽃잎이 화려한 무궁화도 많다”며 “가로수와 관상용으로 널리 보급되도록 다양한 종의 무궁화를 개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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