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지아주 대선개입 의혹…유죄 땐 셀프사면 불가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주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14일(현지시간) 기소됐다. 2024년 대선 공화당 유력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2년여 만에 네 번째로 기소됐다.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찰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13개 중범죄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결정했다. 트럼프는 2020년 11월 대선 당시 경합지였던 조지아주에서 패배하자 이듬해 1월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같은 날 트럼프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존 이스트먼 변호사 등 총 19명을 기소했다. 98쪽에 달하는 공소장에는 피고인 19명에 대한 41개 혐의가 적시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피고인들은 (2020년 조지아주에서) 트럼프의 패배를 받아들이길 거부했고, 트럼프에게 유리하도록 선거 결과를 불법적으로 바꾸는 공모에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소에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와 측근들이 1970년대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 소탕을 위해 만든 연방 리코법(공갈죄 및 부패조직법·RICO)의 적용을 받았다는 점이다. 리코법은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이 있으면 보스와 구성원을 한꺼번에 처벌할 수 있게 고안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리코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최대 징역 20년까지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에게 적용된 혐의는) 나에겐 날조로 들린다”면서 “왜 2년6개월 전엔 나를 이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을까? 그건 내 선거 일정(내년 대선) 중간에 그렇게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이다”라고 적었다.
전날에도 그는 트루스소셜에서 “나는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선거에 개입해 대선을 훔쳐간 그들이야말로 기소돼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기소가 조지아주에서 이뤄진 까닭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여러모로 불리하다”고 전했다. 연방검찰에 의한 기소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일 내년 대선에서 이기면 법무장관을 통해 기소를 ‘셀프 취하’할 수도 있다.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대통령 권한으로 ‘셀프 사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풀턴카운티 검찰은 연방기관이 아니어서 대통령 지휘를 받지 않는다. 즉 ‘셀프 기소 취하’가 안 된다. 또 조지아주는 독립적인 사면위원회를 운영하기 때문에 유죄 확정 시 ‘셀프 사면’도 불가능하다. 이 경우 트럼프는 감옥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은 헌법상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소송을 내 연방 대법원의 판단을 받는 방법이 있다. 현재 대법원이 보수 성향이기 때문에 트럼프로서는 기댈 수 있는 방안이다.
조지아주 법원이 TV 중계를 허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기소와 차별화된다. 조지아주 법은 판사 승인을 전제로 재판 과정의 카메라 촬영을 허용한다. 성사되면 트럼프 관련 재판 중 첫 TV 중계다. 악시오스는 “판사가 (촬영을) 불허하려면 청소년 피해자나 청소년 증인 등 이유가 있어야 하지만, 트럼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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