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안보협력 강조하며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 7곳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는 한·일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이 담겼다. 핵심은 안보 협력 강화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지난 15개월간의 한·일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를 통해 말뿐이 아닌 실질적 차원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한·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무력 침공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면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되어 있다”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그에 따른 한반도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쟁 발발 등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유엔사를 매개로 한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엔사는 6·25 전쟁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참전한 다국적 연합군 사령부다. 현재는 미국·영국·태국·캐나다·호주 등 1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관리는 물론 한반도 무력 충돌 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별도 결의 없이도 전력을 자동으로 제공한다. 요코스카·요코다·사세보·캠프 자마 등 일본 본토의 4개 기지와 가데나·후텐마·화이트비치 등 일본 오키나와섬의 3개 등 후방 기지가 한국의 유엔사를 뒤에서 지원한다.
통상 한국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엔 당시의 한·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와 표현이 담긴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선 최대 갈등 현안이었던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며 “한·일 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며 “한·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강제징용 해법 발표와 한·일 셔틀외교 복원 등을 통해 경축사 메시지에 담긴 한·일 과제를 추진해 나갔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일 협력을 강조한 건 그간의 한·일 관계 정상화 작업이 일단락된 만큼 향후 본격적인 협력 국면으로 진입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날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한·일 안보·경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한·미·일 공조에 대한 의지로 이어졌다.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최초의 단독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선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미·일 3국 공조 강화는 ‘안보적 평화 공존’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인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중·러와의 외교 공간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방향은 위험하다”며 “특히 중·러가 북한에 대해 갖는 영향력이 여전한 만큼 보다 정교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대중·대러 리스크를 해소하고 외교적 밸런스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15일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에서 지난달 25~27일 자신의 방북과 관련해 “군사 협력 발전은 양국 국민의 핵심 이익에 부응하며 어느 누구에게 어떤 위협도 제기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복잡한 사회 및 국방 과제 해결에 인상적인 성공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정진우·이근평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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