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중 교수, 아들 尹 도착 20분 뒤 별세…마지막으로 한 말

김지혜, 조수진, 김하나 2023. 8. 1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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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줘서 고맙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가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이같이 말했다고 15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임종 직전은 아니고 최근 의식이 있을 때 윤 대통령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의 조문을 받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화여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곧바로 부친이 입원해 있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향해 부친 임종을 지켰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도착하고 20분 뒤 92세 일기로 별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부친이 며칠간 위중한 상황에도, 이를 참모들에게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 찾아뵐 예정이었으나 부친 병세가 최근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윤 교수는 각별한 부자지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꿨던 윤 대통령은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윤 교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은 것도 부친 영향이 컸다. 저명한 계량 통계학자였던 윤 교수가 서울법대 입학 기념으로 선물해준 책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평생의 관심이 양극화, 빈부격차였다"며 "아버지가 제1 멘토였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은 고인의 생전 모습.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이 아닌 윤 교수가 재직했던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주로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 한 방송에 출연해 "공부 안 하고 늦게까지 놀러 다녀 아버지한테 많이 혼났다. 놀다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칙주의자'였던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1년 동안 대형 로펌에 몸담았다가 다시 검찰로 복귀할 때 크게 반겼으며,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자애로운 아버지이기도 했다. 윤 교수는 고교를 졸업한 윤 대통령과 친구들을 연희동 자택 지하실로 불러 '마패'라는 국산 브랜디를 따라주며 직접 '주도'를 가르쳤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들어선 모습.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부친과의 추억담을 자주 꺼냈다. 지난 3월 방일 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1960년대 일본에서 학업 중이던 윤 교수를 찾았던 일을 언급하며 "히토쓰바시 대학이 있던 거리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4월 2일 윤 교수를 부축하고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소를 방문해서는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12일에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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