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지아주 대선 개입' 네번째 기소에..."마녀사냥" 반발(종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아주(州)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광범위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으로 기소됐다. 벌써 네 번째 기소다. 특히 이번 기소에는 마피아 등 조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리코(RICO)법이 적용돼 눈길을 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가오는 2024년 대선에서 자신의 승리를 막고자 하는 "날조"이며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했다.
15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대배심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소를 결정했다. 98페이지에 달하는 기소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총 19명이 저지른 41개 혐의, 기소되지 않은 공모자 30명에 대한 내용이 적시됐다. 이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조직적인 부패 범죄를 처벌하는 법률인 리코법 위반과 위조, 공갈, 허위 진술 및 허위 문서 제출 등 13개 중범죄가 적용됐다. 이 가운데 리코법은 1970년 마피아 소탕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법으로 최고 20년 징역형까지 가능한 법이다.
소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피고인들이 대선 패배 후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선거 결과를 불법적으로 바꾸려는 음모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와 조지아주의 다른 곳, 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 등 다른 주에서 두 건 이상의 공갈 행위를 저지르기 위한 공동의 계획과 목적이 포함돼 있다고 적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경합 지역이었던 조지아주 선거에서 약 1만1779표(0.23%포인트) 차로 바이든 당시 후보에게 패하자, 2021년 1월 초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재검표를 하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천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통화 녹취는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이후 수사도 시작됐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외 함께 기소된 18명 중에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인 존 이스트먼, 케네스 체세브로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8월25일 정오까지 자발적으로 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패니 윌리스 풀턴카운티 검사장은 밝혔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유죄 입증도 자신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네번째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관련 혐의만 두 차례다. 그는 지난 4월 성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추문 입막음 관련으로 돈을 건네고 회계문건을 조작한 혐의 등으로 뉴욕검찰에 첫 기소됐다. 이어 6월에는 국가기밀 문건을 불법 반출해 보관한 혐의 등으로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연방검찰에 기소됐고, 이달 초에는 워싱턴DC에서 사기 모의, 선거 방해 모의, 투표권 방해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현지에서는 이번 기소 결정 과정에서 윌리스 검사장이 조직범죄 소탕을 위한 리코법 위반을 앞세웠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조지아주의 리코법은 여러 사람이 저지른, 관련 없어 보이는 범죄가 공통의 목적을 지원하는 것으로 판별될 경우, 검사가 함께 묶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서 "강력한 법 집행 도구"라고 평가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존 마셜 법학대학원의 마이클 미어스 교수는 "검사에게는 금광이다. 변호사에게는 악몽"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건의 연방검찰 기소와 달리, 뉴욕지검과 조지아주 풀턴카운티의 기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셀프 사면'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지아주의 경우 주지사가 아닌 주 위원회가 사면 권한을 갖고 있는 데다, 그 권한도 제한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미국 헌법상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아도 대통령 출마가 금지되진 않는다.
이번 네 번째 기소에 따른 재판이 처음으로 TV 중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지아주는 판사의 승인이 있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카메라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피해자나 증인이 청소년인 경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차례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녀사냥"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루스소셜에서 "마녀사냥은 계속된다"면서 "조작된 것 같다. 왜 2년반 전에는 이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느냐. 내 정치 캠페인 중간에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성명을 통해 "충격적이고 터무니없다"면서 "의심할 여지 없이 결함이 있고 위헌적인 기소"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뤄진 기소들은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수표 밀집 등의 호재로 작용했었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추가된 두 차례의 기소 또한 지지층 결집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주자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웃돌고 있는 상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계속 이어지면서 결국 대선 가도에 악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선거운동 자금으로 쓰여야 할 정치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변호사비로 지출되고 있고, 공화당 내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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