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한자리에 모인 징용 피해자들 "日 사과가 마지막 소원"

15일 오전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열린 일제강제 징용 피해자 구술 사진전에서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사진전이 열렸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5일 오전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31명이 참여한 구술 사진전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거부한 생존 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또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경석 할아버지, 오연임 할머니가 참석했다.

양 할머니 등은 피해자 31명의 얼굴과 피해 사실 등이 새겨진 팻말을 어루만지며 징용 피해의 아픔을 떠올렸다.

22살 무렵 일본 이바라키현 군인 농경근무대로 끌려간 이경석 할아버지는 "군부대에서 도망치다 일본군에 잡히면 본보기로 삼는다며 거꾸로 매달고 매질했다"며 "부대원들은 먹을 것이 부족하니 탈이 나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고작 13살의 나이로 '학교에 보내주겠다'는 꿰임에 속아 만주 펑텐성남만방적 노무자로 동원된 오연임 할머니는 "강제 노역을 하는 3년 동안 기숙사와 공장만 오가다 보니 햇빛을 보지 못했다"며 "노역의 대가로 닭 모이 한 줌을 받았는데, 그것마저 빼앗아 갔다. 그런 일본은 배상은커녕 아직 사과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한 양금덕 할머니는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것"이라며 "아무리 가난하게 살아도 우리나라가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징용 피해자들은 사진전 관람에 앞서 광주시의 초청으로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양 할머니는 이날 400여명의 참석자 대표로 무대에 올라 김범수 독립운동가의 손녀인 김행자씨, 최만년 애국지사 손자인 최장훈씨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