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완판…얼마 만인가, 청약 시장은 이미 ‘활황’ [스페셜리포트]
서울·수도권 청약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서울 청약 경쟁률만 평균 67.6 대 1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경쟁률보다도 6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던 지역도 최근에는 ‘완판(완전 판매)’ 매물이 잇따른다. 이른바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면서 분양 시장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수도권과 지방, 입지와 상품성에 따라 청약 성적은 극명하게 갈린다. 공사비 인상 여파로 분양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청약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청약 경쟁률 6배 ‘쑥’
미달 지역도 완판 행렬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서울 13개 단지에서 1334가구(일반분양 기준)가 공급됐다. 청약에는 9만198명이 몰려 평균 67.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청약 경쟁률 평균(10.9 대 1)보다 6배 이상 높다. 지난해는 1년간 6707가구 공급에 7만3081명이 신청했다.
올해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은 10곳 중 6곳도 서울 지역 아파트일 정도다.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지난 7월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다. 1순위 청약 결과 특별공급을 제외한 88가구를 모집하는 데 2만1322명이 몰려 평균 24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소형 전용 59㎡A가 320 대 1로 가장 높았고, 전용 59㎡B도 295 대 1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는 파주, 평택, 광명 등 청약 단지에서 수요자가 몰렸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분양한 ‘운정자이시그니처’는 1순위 경쟁률 64 대 1을 기록했다.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고덕자이센트로(45 대 1)’, 인천 ‘검단신도시 AB19블록 호반써밋(34 대 1)’ 등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공급한 ‘광명센트럴아이파크’는 228가구 모집에 4319명이 몰렸다.
공급이 대거 몰려 미분양 물량이 쌓였던 지역에서도 완판 소식이 잇따른다. 인천이 대표적이다. 인천미추홀구에 들어서는 ‘더샵아르테’는 지난 2월 1순위 청약을 받은 지 5개월 만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말 1순위 청약에서 미달이 났던 인천 남동구 ‘힐스테이트인천시청역’, 지난해 7월 분양한 인천 동구 ‘인천두산위브더센트럴’도 최근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 당첨자의 60%는 2030세대
올 들어 아파트 분양 시장 면면을 살펴보면 30대 이하의 청약 당첨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 중소형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강하다는 점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청약 당첨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6월까지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 중 30대 이하의 비율은 59.7%에 달했다. 전체 청약 당첨자 2409명 중 1439명이 30대 이하다. 전국 평균(54.4%)보다 약 5.3%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된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규제지역에서 분양하는 중소형 아파트에도 추첨제가 도입된다. 그전까지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 84㎡ 이하 아파트가 분양하면 물량 100%를 모두 가점제로 공급했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을 점수화한 가점이 높지 않으면 규제지역 내 중소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방법이 아예 없었다. 그러나 제도가 개선되면서 가점이 낮아도 분양받을 방법이 생겼다. 전용 60㎡ 이하는 전체 일반분양의 60%, 전용 60~85㎡는 30% 물량에 추첨제가 도입됐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에게도 당첨길이 열린 것이다.
대출·자금 조달 부담에
중소형 아파트 청약 쏠림 현상
중소형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진다. 올해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전용 60㎡ 이하 중소형 타입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중대형을 5년 만에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인포가 부동산R114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7월까지 기준으로 전국 전용 60㎡ 이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3.08 대 1로 나타났다. 전용 85㎡ 초과(9.19 대 1), 전용 60~85㎡ 이하(7.02 대 1) 등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특히 서울은 전용 60㎡ 이하 청약 경쟁률이 71.58 대 1에 달했다. 85㎡ 초과의 경우 39 대 1, 60~85㎡ 이하는 61.67 대 1이다.
반면 전용 84㎡의 경우 완판에는 성공했지만 경쟁률은 대체로 20~30 대 1 수준으로 전용 59㎡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6월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친 ‘서울대벤처타운역푸르지오’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전용 59㎡의 경우 타입별로 30~5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전용 84㎡는 10~20 대 1의 경쟁률로 전용 59㎡와 비교해 소폭 낮았다.
청약 시장에서 전용 60㎡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바로 아파트 분양가다. 일반적으로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대형과 비교해 자금 부담이 덜하고 환금성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에는 원자잿값 급등과 고금리 여파로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내집마련 수요자 입장에서는 중대형 평형을 구입하기 더 어려워졌다.
서울 신축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이미 3000만원대를 넘어 브랜드 대단지나 입지가 좋은 경우 강남이 아니더라도 4000만~5000만원대에 분양하는 물건이 여럿이다.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통하는 전용 84㎡의 경우 서울에서 10억원 미만으로 분양되는 아파트가 자취를 감췄다. 수도권에서도 광명 등 입지가 좋은 단지는 대부분 전용 60㎡ 이상일 경우 분양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각종 중도금 대출 이자와 확장비용, 옵션 등을 감안하면 실제 발생하는 비용은 분양가 대비 10% 이상 더 든다고 보면 된다.
반면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 유지되면서 중도금 대출 이자가 연 6% 안팎까지 기록하고 있다. 대출과 자금 조달 부담 등의 영향으로 전용 59㎡ 안팎 소형 아파트 청약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깐깐한 것을 감안하면 무리해서 매수하는 경향보다는 여력이 되는 수준에서 내 집을 빠르게 매수해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중장기적으로 자산적 가치 상승까지 노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약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자 건설사들은 전통적 분양 비수기인 8월에도 보류했던 분양을 앞다퉈 재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8월 서울에서 분양될 아파트 물량이 올해 들어 최다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 37개 단지, 총 3만407가구(임대 포함)가 분양에 나선다. 지난 5~7월 분양 단지가 아예 없었던 경북과 전남에서도 분양 단지가 등장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13개 지역이 분양에 나선다. 이 중 수도권에서는 20개 단지에서 1만6455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며, 지방은 17개 단지에서 총 1만3952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분양 물량이 8월 한 달간 공급된다. 8개 단지 7352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올해 강남 3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청약 단지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1265가구)’을 비롯해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 동작구 상도동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771가구)’, 성동구 용답동 ‘청계SK뷰(396가구)’ 등이 분양 예정이다.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은 지하 2층~지상 18층, 14개동, 1265가구 규모로 지어지며 이 가운데 296가구가 일반분양이다. 전용 84㎡가 조합원 물량으로 배정돼 49~74㎡ 중소형만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주변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공급된다. 3.3㎡당 3582만원으로 전용면적 59㎡ 기준 8억원대 후반, 전용 74㎡는 10억원대로 전망된다. 입주 예정 시기는 내년 6월이다.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는 이문1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로 지하 5층~지상 최고 27층, 39개동에 총 3069가구 규모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이 전용 52~114㎡ 920가구로 풍부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7억4600만~14억9900만원이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다. 단지는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과 신이문역 역세권이며 청량리역 일대 개발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대우건설이 상도11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에서는 771가구 전체가 일반분양된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18층, 10개동, 전용 59~84㎡, 전체 771가구 규모다. 전용면적별 일반분양 가구 수는 ▲59㎡A 226가구 ▲59㎡B 35가구 ▲74㎡A 152가구 ▲84㎡A 188가구 ▲84㎡B 152가구 ▲84㎡C 18가구로 구성된다. 오는 2024년 3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로 공급된다. 신속통합기획 사업 대상지인 상도동 279 일대가 남쪽에 인접해 있어 대규모 아파트촌을 형성할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가 성동구 용답동 일원에 조성하는 ‘청계SK뷰’를 8월 중 분양한다. 지난 8월 11일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 채비에 나섰다. 청계SK뷰는 지하 5층~지상 최고 34층, 아파트 3개동, 전용 59~84㎡ 총 396가구로 조성된다. 이 중 108가구를 일반분양하며 전용면적별 분양 가구 수는 ▲59㎡A 27가구 ▲59㎡B 48가구 ▲59㎡C 32가구 ▲84㎡ 1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정비사업으로 지어진 아파트는 대부분 조합이 로열층·향을 배정받는 것과 달리 이 단지는 일반분양 가구가 3층부터 최고층인 34층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 이후까지 기다려볼 요량이라면 강남구 청담동에서 롯데건설이 ‘청담르엘(1261가구)’ 일반분양을 준비 중이다. 총 1261가구 중 176가구가 일반분양 예정으로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지하철 청담역도 걸어서 8분 거리에 있는 등 주거 교통 환경이 우수하다는 평이다.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도 올 하반기 중 분양할 가능성이 큰데 전문가들은 3.3㎡당 일반분양가가 5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최고 35층, 23개동, 2678가구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고 이 중 578가구는 일반분양 물량으로 잡혀 있다.
이외에 경기는 광명시 광명동 ‘광명센트럴아이파크(1957가구)’, 평택시 진위면 ‘진위역서희스타힐스더파크뷰(1659가구)’, 이천시 중리동 ‘이천중리우미린트리쉐이트(849가구)’ 등 남부권을 중심으로 분양 물량이 집중됐다. 인천은 계양구 효성동 ‘제일풍경채계양위너스카이(1440가구)’와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롯데캐슬넥스티엘(372가구)’ 등 3개 단지, 2277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지방은 ▲광주 4596가구 ▲강원 3121가구 ▲대전 1974가구 ▲경북 1350가구 ▲부산 1062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주요 단지로는 광주 북구 오룡동 ‘힐스테이트첨단센트럴(1520가구)’, 강원 원주시 단구동 ‘원주자이센트로(970가구)’, 대전 서구 탄방동 ‘둔산자이아이파크(1974가구)’, 경북 구미시 도량동 ‘구미그랑포레데시앙1단지(1350가구)’ 등이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청약 시장은 알짜 단지가 몰린 만큼 청약자들의 관심 또한 집중돼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지역별 주택 매수 심리 회복 속도가 차등적이고 미분양 누적 물량 등을 고려했을 때, 신축 아파트 대기 수요가 풍부한 수도권과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청약 수요가 소극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분양가 더 오른다?
서울 ‘10억 국평’ 찾기 힘들어
다만 분양가상한제 폐지, 원자잿값 인상에 ‘철근 누락’ 사태까지 맞물려 앞으로 분양가는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6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92만7500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은 뒤 5월 1.38%, 6월 2.77%로 갈수록 인상폭이 높아지고 있다.
8월 초 분양한 ‘구의역롯데캐슬이스트폴’ 전용 84㎡ 분양가는 13억~14억원 수준으로 3.3㎡당 평균 405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전용 74㎡에 1만3644명이 몰리며 24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전용 84㎡에도 최고 115.4 대 1의 경쟁률 끝에 당첨자를 가렸다. 또 지난 7월 분양한 ‘용산호반써밋에이디션’ 전용 84㎡는 16억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됐는데, 3.3㎡당 4500만원 수준인데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평가에 1순위 평균 162.6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 행렬이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더 높여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에서 분양가 10억원 미만의 전용 84㎡ 새 아파트를 찾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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