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지기 vs 외형 확장…일단은 네이버 ‘勝’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8. 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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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엇갈린 네카오

14.9%와 4.8%.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률이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영업이익률이 높을수록 장사를 잘하는 기업이다. 국내 대표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 영업이익률은 매년 두 자릿수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두 기업 영업이익률이 극명하게 갈렸다. 카카오 영업이익률이 급감하면서다.

얼핏 보면 두 회사 사업 모델은 매우 유사하다. 국내 대표 ‘플랫폼’ 포털 네이버와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사업을 펼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수익성이 엇갈린 것은 왜일까. IT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원인을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 “근본적인 양 사 성장 전략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성장 전략 ‘무한 확장’이 한계를 마주했다고 판단한다. 언젠가 날아올 청구서를 올해 마주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가 올해 상반기 5% 미만의 저조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카카오 제공)
계열사 수 51개 vs 147개

광폭 행보 부작용 수면 위로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진단포털이 ‘기업집단 기업 공개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의 소속회사(계열사) 수는 각각 51개와 147개다. 네이버는 지난해(54개)보다 계열사가 소폭 줄었고, 카카오는 지난해(136개) 대비 오히려 늘었다.

계열사 수에서 양 사 성장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네이버는 사업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왔다. 신사업 진출을 검토할 때도 신중을 기한다. “너무 보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기요’와 ‘이베이코리아’ 인수합병(M&A)이다. 두 플랫폼이 매물로 나왔을 때 자본 시장은 네이버 행보를 주목했다. 네이버도 내부 검토를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적극적 움직임은 없었다.

사실 내실 다지기 전략은 당장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다만 언젠가 빛을 보는 시점이 오는데, 그게 올해라는 게 IT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네이버는 그간 벌어들인 돈을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와 인공지능(AI) 등 연구개발에 썼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네이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구체적으로 2020년 25.1%, 2021년 24.2%, 2022년 22%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연구개발 비중은 12.9%, 12.5%, 14.4%다.

꾸준한 연구개발은 올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플랫폼 기업의 주된 매출원인 ‘광고·커머스 시장’이 불황임에도, 네이버는 2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네이버 측은 ‘AI 효과’ 덕분이라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AI 추천으로 발생하는 쇼핑 거래액이 6월 기준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의 13% 수준을 기록했다”며 “콘텐츠 분야도 AI 기술로 이용자 선호 그림체 작품을 추천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1인당 결제액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성장 전략은 네이버와 사뭇 다르다. 카카오는 지분 투자를 통한 무한 확장에 집중했다. 이는 계열사 수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6년 말 70개였던 카카오 계열사는 어느덧 147개까지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재계 순위도 65위에서 15위로 껑충 뛰었다. 네이버(23위)를 앞선다.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도 따라왔지만 성과 자체는 대단했다.

문제는 카카오식 성장법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불어날 대로 불어난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전체 영업이익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해, 그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753억원, 2466억원. 영업이익률은 19.3%에 달한다. 하지만 연결 재무제표로 시선을 옮기면 영업이익률은 4.8%까지 떨어진다. 본업은 잘됐는데, 자회사 등의 실적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셈이다.

여기에 ‘계열사 구하기’에 쏟아붓는 현금도 상당하다. 카카오는 유상증자 참여와 자금 대여 등으로 계열사 운영 자금을 대고 있다. 최근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1000억원을 빌려줬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말에도 운영 자금 명목으로 카카오에서 1000억원을 빌려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번에 빌린 1000억원을 향후 희망퇴직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퇴직금과 위로금 등 운영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출범 이후 적자 지속으로 생존 위기에 직면,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남효지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는 엔터프라이즈 등 계열사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납득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수 중심’ 카카오…게임도 ‘글쎄’

네이버, AI·디지털 트윈 해외 공략

카카오 성장 전략이 마주한 또 다른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다. 대표적인 게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다. 택시와 스크린 골프, 헤어숍 등 소상공인들이 중심이던 분야로 몸집을 확장한 탓에 동네 상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카카오 측도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이고, 쇄신을 약속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저 자신도 모르게, 또 카카오 공동체 CEO들도 성장에 취해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토로했다.

내수 기업, 골목 상권 침해 이미지를 벗어던지려면 ‘해외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다만 카카오는 해외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가 공시한 2023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매출 비중은 18% 정도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1분기 매출 1조7403억원 중 1조4318억원이 국내 사업에서 발생했다. 카카오 역시 현재 해외 매출 비중에 만족 못하는 눈치다. 카카오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게임 등 콘텐츠 사업을 해외 공략 선봉장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최근 상황이다. 해외 확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등 MMORPG 장르 위주다. 국내에서는 MMORPG가 여전히 사랑받는 장르지만, 해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긴 호흡과 하드코어한 게임성을 즐기는 글로벌 수요는 지속 감소세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이후 모바일 MMORPG에서만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해외 확장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해외 성과 없이는 높은 기업가치 평가를 받기 어렵고, 모바일 MMORPG의 평균 일매출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영업이익 정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네이버는 일찌감치 해외 중심 사업 확장 전략을 펼쳐왔다. 내부에서 국내 사업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줄이고 해외 쪽으로 무게를 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IT업계 관계자는 “라인은 일본으로 정리했고, 웹툰 사업은 미국 중심으로 조정됐다. 클라우드와 AI 사업도 꼭 국내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일본 관계사 Z홀딩스를 중심으로 라인, 야후재팬 간 3자 합병을 추진 중이다. 올해 10월 ‘라인야후’ 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웹툰 사업은 미국 나스닥 상장(IPO)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미국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웹툰 관련 자회사들을 거느리는 형태로 수직계열화를 마쳤다.

그뿐 아니다. AI, 디지털 트윈(실제 세상을 디지털 환경에 복제하는 기술) 역량 등을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내부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투자부와 디지털 트윈 확대 등 국가 디지털 전환(DX) 사업에 다각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함이다.

다만 2021년부터 라인을 관계사로 분류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은 쪼그라든 상태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 고객 수익’ 항목에서 일본과 기타 지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3422억원. 전체 매출의 약 15%. 카카오와 비슷한 수준이다. 네이버는 현재 라인의 실적을 연결 재무제표 실적에 직접 포함하지 않고 있다. 지분법 손익 등으로 반영될 뿐이다. 최수연 대표는 취임 직후 “라인을 제외한 해외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C2C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도 네이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수 금액만 1조6000억원. 네이버 창사 이래 최대 투자다. 네이버는 인수 직후 ‘스마트렌즈’ 등 네이버의 기술력을 포시마크에 적용했다. 일부 성과도 얻어냈다. 지난해까지 에비타(EBITDA)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포시마크는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 네이버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웹툰, 포시마크, 크림 등 자회사 수익성 회복이 긍정적”이라며 “포시마크와 크림의 수익성이 기존 전망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AI 기술력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상당하다. 사진은 AI 세계 4대 석학 중 한 명인 앤드류 응(Andrew Ng) 스탠퍼드대 교수가 네이버 1784를 방문한 모습. (네이버 제공)
AI 경쟁 본격화…상반된 양 사 전략

B2B 중심 네이버…카톡 연계 카카오

향후 미래 먹거리가 될 AI 분야에서도 양 사 전략은 엇갈린다. 먼저 결과물을 보인 쪽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대규모 8월 24일 LLM(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할 방침이다. ‘용량’을 의미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는 2040억개에 달한다. GPT-3.5(1750억개)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개척에 활용할 방침이다. 네이버클라우드 등을 통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혹은 플러그인 등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오픈AI가 GPT-3.5 API를 판매, 이를 구매한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과 같은 형태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택한 셈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확도 문제 등으로 API 수익화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API 판매 관련 글로벌 기업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압도적일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를 두고 최수연 대표는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API를 기준으로 과금 혹은 구독 모델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제휴와 기업 간 협업 등을 통해 빠른 시점에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해 10월 이후 자사 LLM 코GPT 2.0을 공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날짜는 밝혀지지 않았다. 카카오가 선보일 코GPT 2.0은 최대 650억파라미터 규모다. 하이퍼클로바X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경량화된 모델이다. 목적에 맞지 않는 대규모 모델의 경우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카카오 입장이다. 카카오는 코GPT 2.0을 자사 메신저 카카오톡에 적용,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카카오톡 내 주문이나 예약, 결제 등의 효율성 개선이 목적이다. 네이버와 달리 별도 API 판매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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