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버팀목 된 MX사업부···GOS 논란 딛고 캐시카우로 ‘반전 드라마’
1년 전 ‘GOS 이슈’로 위기를 겪었던 삼성전자 MX사업부 위상이 달라졌다. 회사 이미지 실추의 주범에서 뒤를 받쳐주는 캐시카우로 거듭났다. 반도체 경기 악화로 인한 DS사업부 실적 부진을 받쳐주는 수준으로 위상이 올라갔다. 업계에서는 MX사업부 선방이 없었다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S23·Z 시리즈 연타석 홈런
2022년 4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MX사업부는 논란에 휩싸였다. 스마트폰 성능을 GOS(Game Optimizing Service)라는 소프트웨어로 강제 제한한 것이 드러나면서다. 당시 삼성전자는 자체 AP인 ‘엑시노스’의 성능이 떨어지자 이를 숨기기 위해 고의로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기기 출력을 떨어트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스마트폰 MX사업부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에 대한 비판이 회사 안팎에서 쏟아졌다. 노 사장 부임 이후 계속된 원가 절감 행보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거셌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을 따라잡기는커녕, 샤오미, 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에 따라 잡힐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나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칼을 갈며 변화를 꾀했다.
시작은 갤럭시 S23과 노트북 갤럭시북3였다. 갤럭시 S23에는 원가가 저렴한 자체 칩 엑시노스 대신 퀄컴이 만든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을 넣었다. 스냅드래곤 단가가 더 높았지만, 제품 성능을 올리기 위해 원가 절감을 포기했다. 프로세서 이외에 카메라, 베이퍼 챔버(냉각 장비) 등 다른 부품도 비용보다는 성능을 우선시했다. 그 결과 S23 시리즈는 S22에서 받았던 혹평을 1년 만에 뒤집었다. 라이벌인 아이폰14에 밀리지 않는 성능을 자랑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사전 판매량은 일주일 만에 109만대를 기록했다. 역대 S 시리즈 사전 판매량 중 최대치다. 갤럭시북3 역시 성능 대비 낮은 가격을 책정, 소비자로부터 호평받았다. 1차 판매 물량이 1시간 안에 동나는 등 흥행 행진을 이어갔다.
제품 판매량 상승에 힘입어 MX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좋은 실적을 거뒀다. 1분기에는 스마트폰이 반도체의 부진을 메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분기 MX사업 부문은 3조9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DS사업부에서 발생한 영업손실을 MX사업부가 만회했다. 2분기에도 선방했다. 매출 25조5500억원, 영업이익 3조40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2분기 대비 매출은 4조원 가까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2분기가 스마트폰 시장 비수기임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 전체 사업 부문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DS사업부가 2분기 4조3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버팀목이 됐다.
3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한 폴더블폰 ‘Z5 시리즈’가 흥행 질주를 시작한 덕분이다. 폴더블폰은 기존 스마트폰에 비해 대당 가격이 비싸다. 폴더블폰 매출이 높아질수록 아이폰과의 매출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가 7월에 공개한 Z플립·폴드5는 무게 감소, 디스플레이 개선 등으로 전작 대비 품질을 대폭 끌어올렸다. 8월 1일부터 7일까지의 Z 시리즈 사전 판매 기간 동안 총 102만대의 Z플립·폴드5가 팔려 나갔다. 102만대는 전작인 플립·폴드4가 기록한 97만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 전망치를 1200만대로 예상한다. 2022년도 출하량 1000만대에서 늘어나는 것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2년에 선보인 Z4 시리즈는 큰 개선이 없어 시장 기대에 못 미쳤지만, 올해 신모델은 눈에 띄는 하드웨어 개선으로 인해 다소 높아진 가격에도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애플 아이폰과의 격차 여전
S24 엑시노스 탑재 승부수 통할까
그럼에도 MX사업부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의 공세, 수익성 개선 등 과제가 여전히 많다.
올해 9월 애플은 아이폰 최신 기종인 아이폰15를 공개한다. 지난해 발표한 아이폰14만으로도 삼성과 대등한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애플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20%, 애플은 17%다. 최신 제품인 아이폰15 판매가 본격화되면 격차는 더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1020세대에서 아이폰 인기가 독보적인 점이 부담스럽다. 국내 30세 이하 스마트폰 보유자 중 53%가 아이폰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외국의 경우 격차가 더 벌어진다.
과제 해결을 위해 삼성전자는 기기 성능 업그레이드와 생산원가 하락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 도입을 고민 중이다. 카메라, 디스플레이, 메모리 등 부품은 최신 제품을 쓰되, 단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세서(AP) 칩은 자사 제품인 엑시노스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삼성전자의 AP 구매비용은 9조3138억원에 달한다. 2021년 6조2116억원보다 50% 늘었다. AP 가격이 날로 오르는 상황에서, 퀄컴 제품만 의존하다가는 원가 하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실제로 갤럭시 S23의 경우 프로세서로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단독으로 채택한 탓에, S22 대비 원가가 약 15만원 상승했다.
본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제작하면서 AP는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을 함께 쓰는 ‘병용 탑재’를 원칙으로 해왔다. 단가 조절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모델인 S 시리즈에는 자사의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나눠 탑재시켰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LSI사업부에서 제작하는 AP 칩이다. 같은 회사에서 납품하기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또 엑시노스 탑재 비율을 무기로, 퀄컴과의 협상에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퀄컴이 무리한 가격을 부르면 스냅드래곤 비중을 줄이고 엑시노스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응수했다. 가격 협상에서 퀄컴에 휘둘리지 않았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4년 상반기에 나올 갤럭시 S24 시리즈에 엑시노스 2400 칩셋 탑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24의 기본형은 엑시노스를, 플러스와 울트라 모델은 스냅드래곤 8 3세대 칩을 넣는 방안이 유력하다. 문제는 GOS 사태 이후 엑시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엑시노스의 수율과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최선이다. AP만이라도 엑시노스 비중이 높아지면 원가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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