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묵비권 위한 포석? 대장동 때처럼 또 검찰진술서 공개
17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제출할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에 관한 자신의 진술서를 전격 공개했다. 이 대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원 한 푼 사익을 취한 것이 없고, 한 점 부끄러움도 없으니 지금까지 그랬듯 소환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히며 ‘검찰진술서(요약)’란 제목의 문서를 첨부했다. 일종의 선제공격인 셈이다.
이 대표는 위례·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한 두 차례 조사를 받을 때(지난 1월28일과 2월10일)도 첫 조사 당일 A4 33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언론에 사전 공개하고, 검찰에 제출한 뒤 조사 과정에선 줄곧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이 대표는 “어떤 합리적 소명도 검찰의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고, 검찰은 이미 결정한 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한다”며 “저의 진술을 비틀고 거두절미하여 사건 조작에 악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진술서 공개도 진술거부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시점이 조사 당일에서 이틀 전으로 당겨진 게 다른 점이다.
이 대표의 진술서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구성하는 ▶민간 개발업자에 대한 인허가상 특혜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의 개발참여 배제 등에 대한 반박 형태로 구성돼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절인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꺼번에 4단계 상향 조정해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에 대해 “식품연구원은 지방이전 비용 때문에 부지매각을 시도했는데 8차례 유찰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용도변경을 지시해 국토부와 식품연구원이 용도변경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협조요청을 해 온 날로 2014년 5월21일과 같은 해 10월1일로 특정했다.
100%였던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비율을 10%로 줄이고 나머지 90%를 일반분양 아파트로 공급할 수 있게 한 것이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식품연구원이 2015년 12월28일 민간임대를 일반분양으로 변경요구(했다)”며 “실무 부서가 요구 수용을 건의해 결재라인을 거쳐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개발 참여에서 배제돼 민간업자들의 이익이 증가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도시개발공사의 사업참여는 용도변경 조건이 아니었다”며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도시개발공사는 사업참여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원칙적으로 시나 공사는 토지소유자의 개발사업에 참여할 권리가 없고, 시장이나 민간사업자도 공사를 참여시킬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특히 “(백현동) 사업지분을 공사에 주게 했다면 직권남용, 제3자 뇌물죄로 (검찰이) 조사했을 것”이라며 검찰이 기소를 정해놓고 꿰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시는 (백현동) 개발이익 중 약 1000억원의 R&D 부지 7500여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용도변경에 따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 배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검찰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업자 특혜 최종 결정”
같은 사업 전개 과정을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은 이 대표의 입장과 판이하다. 우선 용도변경 특혜의 경우 이 대표 본인이 최종 결정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에 대한 성남시의 질의에 대해 국토부는 2014년 12월 “다만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장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정책계획임을 고려해 귀 시에서 적의(適宜·알맞고 마땅한지) 판단해야 할 사항임을 알려드린다”고 회신한 바 있다. 검찰은 이미 이 대표가 2021년 10월20일 국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아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검찰은 90% 일반분양 전환한 것 역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구속 기소)의 부탁을 받은 로비스트 김인섭씨(구속 기소)의 청탁에 따라 민간업자의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고 있다. R&D용지 비율 확대 등으로 민간업자의 수익이 줄어들자 본격적인 로비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성남도개공의 참여를 배제한 것도 이 대표의 뜻이라고 보고 있다. 애초에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을 (백현동) 사업에 참여시킬 것”이라는 자필 메모를 남기는 등 초기에는 성남도개공의 사업 참여를 강조했지만 이후에 입장을 변경했고 그 사이에 개발업자들의 로비가 전개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배임혐의 해당하는 액수를 ‘318억원+α’을 기본 형태로 잡고 있다. 백현동 개발사업에 따른 분양이익 3185억원 가운데 성남도개공이 공사가 참여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지분 10%인 318억원에 기타 배당이익 등을 합한 금액이다. 검찰 관계자는 “초기부터 그렇게 공공개발을 강조하던 이 대표가 김인섭 등의 청탁 이후 민간업자에게 유리하게 사업구조가 바뀐 건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되는 정황”이라며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구조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허정원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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