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조선 빼고 거꾸로 가는 중"…10대 기업 실적 어떻길래

이희권 2023. 8. 15. 18: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인도한 1,800TEU 컨테이너선의 모습. HD한국조선해양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경영과 고용 실적이 대부분 정체 또는 뒷걸음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새 매출과 영업이익, 직원 수가 모두 늘어난 곳은 현대자동차와 HD한국조선해양 단 2곳에 그쳤다. 반도체·가전·정유·석유화학·유통 등 국내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빼고 모두 거꾸로 가는 중”


15일 중앙일보가 자산 기준 재계 10대 그룹(농협 제외)을 대표하는 주력 계열사 10곳의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늘어난 기업은 현대차와 한화솔루션, HD한국조선해양 등 3곳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 LG전자를 포함한 7개 기업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 또는 영업이익이 오히려 줄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GS칼텍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후퇴했다.

김영옥 기자


주요 대기업 가운데 매출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20.1%)였다. 정제마진 급등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GS칼텍스(-17.3%)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95.3%)와 SK이노베이션(-93.2%), GS칼텍스(-91.0%)는 영업이익 감소 폭도 가장 컸다. 반도체 불황 사이클과 유가 하락, 중국발 공급 과잉, 수요 부진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실적이 추락한 탓이다. 특히 이들의 주력 분야가 지난해 국내 1~3위 수출 상품인 반도체, 정유, 석유화학이어서 수출 등 경제 전망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박경민 기자


그나마 자동차·조선업의 분전이 돋보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매출(20.7%)과 영업이익(59.5%)이 모두 크게 뛰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상장사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수주 절벽’을 탈출하고 친환경 선박 건조 등에서 성장을 보이면서 최근 1년 새 매출이 27.1%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제조업 ‘제자리걸음’…롯데·신세계 ‘고전’


주요 대기업 실적은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렀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가전제품 매출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 전장 사업 등을 키우며 선방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직원 수 모두 소폭 감소했다. 석유화학과 소재·태양광 사업을 펼치는 한화솔루션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상승 폭이 크진 않았다.

내수를 상징하는 주요 유통 대기업은 여전히 뚜렷한 성장 엔진을 찾지 못한 상태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매출과 영업이익, 고용 등에서 모두 몇 년째 사실상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대기업 빌딩. 연합뉴스

삼성전자 빼면 사실상 ‘신규 고용 스톱’


무엇보다 기업들의 성장세가 멈추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직원 수가 6166명 늘어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직원 수가 1000명 이상 늘어난 주요 대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주요 대기업 8곳의 전체 직원 수(기간제 근로자 포함)는 최근 1년 새 744명이 순감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 실적이 좋을 때도 채용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면서 “전통적 주력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대부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채용 확대 소식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제자리걸음이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와 반도체 업황 반등과 같이 향후 전망을 좌우할 긍정적 요소들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주력 산업에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