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자유민주여정’이라는 尹 "공산전체주의 세력에 안 속아"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습니다.”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이 문장에 담겨 있다. 독립운동을 ‘일제의 압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열의 투쟁’이라는 의미를 넘어 자유와 민주를 향한 여정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독립운동은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 민주화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독립운동의 정신이 세계시민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 덕분에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이 이만큼 결실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여정이 목적지에 도착하진 않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에서 발화한 건국의 여정이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여긴다”며 “1919년 임시정부 출범과 19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 모두를 이 과정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사부터 꾸준히 강조해온 ‘자유’(27번 언급) 외에 전체주의를 9번, 그중에서도 공산전체주의를 6번 언급한 것도 이 맥락에서다. 윤 대통령은 15분가량의 연설 동안 국민(9번)과 민주주의(8번) 못잖게 자주 썼다. 자유의 대립항으로서 공산을, 민주주의의 대립항으로서 전체주의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성장ㆍ번영의 대한민국과 가난ㆍ궁핍의 북한을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내부에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며 이들 세력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분단 현실에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법적 권리를 활용해 자유 사회를교란시키고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한 채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일부 진영의 최상층부터 하위 조직까지 부패하고 찌들었다는 점, 이들의 단단한 이권 카르텔까지 체감했을 것”이라며 “이들의 실체를 국민께 명백히 알리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확신,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 연대의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여정과 그 과정에서 필요한 연대’는 국제사회, 특히 일본과의 관계로도 확장됐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대내적 과제가 '공산전체주의 척결'이라면 대외적 미션은 일본을 포함한 '한·미·일 협력'이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규정하며 “한ㆍ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엔 사령부의 후방기지인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의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 “북한이 남침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돼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략이 충분히 비축된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8일 열릴 캠프데이비드 한ㆍ미ㆍ일 정상회의에 대해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까지만 해도 “한ㆍ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했었지만, 이번엔 없었다. 대통령실 참모는 “광복절 때마다 과거사를 언급해야 한다는 건 일종의 콤플렉스일 수 있다”며 “이제는 거기에 갇혀 있지 않아도 될 만큼 대한민국의 격(格)이 높아졌다”고 부연했다.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국으로서, 앞을 보고 함께 가야 할 때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제 우리의 여정은 과거와 달리 외롭지 않다. 전 세계 많은 친구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며 “자유를 찾아 고난과 영광을 함께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모두 자랑스럽다”는 말로 경축사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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