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악재 LH, 공공아파트 분양도 ‘개점휴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경영진 공백 상황까지 맞이하면서 공공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업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공공분양 50만호 공급계획’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청년·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분양 주택 50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임기 5년 간(2023년~2028년) 공공분양 주택 50만호(뉴:홈)를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이전 문재인 정부가 공급한 공공분양 물량(14만7000호)의 3배 이상이다.
LH는 정부의 50만호 공급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5년 간 공공분양 주택 약 31만6000호(63%)를 공급하겠다고 올 초 업무계획에서 밝혔다.
하지만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공공분양 주택 착공 실적은 1713호로, 전년 동기(6362호) 대비 73%가량 급감했다. 지자체 등을 뺀 LH 물량만 보면 지난해 상반기엔 2587호를 발주했는데, 올 상반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분양 실적도 사전청약을 제외하면 지난 7월 688가구 규모의 경기 화성 태안3지구를 분양한 게 전부다. 올 하반기 서울·경기 등 9개 지구에서 4257가구를 분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난해 약 2만 가구를 분양한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마저도 분양 일정이 사업승인 등이 지연되며 계속 밀리고 있다.
5년 간 공공분양 주택 50만호를 공급하려면 적어도 연평균 10만호의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업계에서 사실상 정부 공약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누적 집계된 전국 공공분양 인허가 실적도 7350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1만3092가구) 대비 43% 줄었다. 이는 지난해 국토부가 올해 전국 7만6000가구를 인허가하겠다고 밝힌 목표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민간 건설사들도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의 이유로 아파트 공급을 미루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주택사업 누적 인허가는 18만9213가구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자와 청년 등에게 주택시장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란 신뢰를 주려면 매년 꾸준히 공공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민간주택 시장이 좋지 않을 때 공공부문이라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H는 저조한 공공분양 실적에 대해 정책 기조가 달라진 만큼 사업 승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LH 관계자는 “5년 간 장기 주택공급 계획이 이제 마련된 만큼 이듬해부터 공급 실적을 내기는 힘들다”며 “하반기에 정부와 협의해 내년도 공급 물량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LH의 공공분양은 본청약 1~2년 전에 실시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LH는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경영진 공백에 따라 사업 차질이 일정 부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근 누락 아파트에 대한 보강 공사 등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될 수 있는 데다, 신규 사업도 전관 업체와 계약한 경우 사업 진행을 일시 중단키로 하면서다. 여기에 이한준 LH 사장은 기강이 무너진 LH에 대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까지 예고한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기관의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공주택 사업이 달라지다 보니 실적이 연속성 있게 나오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고금리, 원자잿값 상승 등의 현실은 외면하고 ‘더 싸게, 더 빨리’ 공급하라는 압박이 부작용으로 나타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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