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없어" 文정부 때 찬밥 유엔사…尹정부서 위상 커진다

이근평 2023. 8. 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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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유엔군사령부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북한 남침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


윤 대통령은 이날 유엔사를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일본이 유엔사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다. 이어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돼있다”며 “유엔사는 ‘하나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히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국제연대의 모범”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10일에도 유엔사 주요 직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은 지금도 유엔사를 한반도 적화통일의 최대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며 “강력한 한미동맹을 핵심축으로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실히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사는 6·25 전쟁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참전한 다국적 연합군 사령부다. 현재는 미국·영국·태국·캐나다·호주 등 1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정전협정 관리는 물론 유사시 유엔군에 전력을 제공한다. 요코스카·요코다·사세보·캠프 자마 등 일본 본토의 4개 기지와 가데나·후텐마·화이트비치 등 일본 오키나와섬의 3개 등 후방기지가 한국의 유엔사를 뒤에서 지원한다.


文 정부 땐 “유엔사는 족보 없어”


북한의 남침과 도발 등 정전협정 위반을 막기 위해 유지됐던 유엔사를 놓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불편한 관계가 노출됐다. 2018년 8월 북한 철도망 조사를 놓고 불거졌던 '통행 불허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남북 관계에 전력투구했던 문재인 정부는 남측 철도 공동조사단의 북한행을 추진했지만 비무장지대(DMZ) 통행 승인권을 가진 유엔사가 이를 불허했다. 유엔의 대북제재에 따른 금지 물자의 북한 반입 때문에 유엔사가 불허했다는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이후 당시 여권에선 “남북 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 “유엔사가 월권을 행사한다”, “유엔사는 족보가 없다. 남북 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등 비난이 계속됐다.

유엔사가 독일과 덴마크 등으로 참가국 범위를 넓히려 했을 때도 문재인 정부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군 안팎에선 남북 관계 개선에 전력투구하는 문 정부가 대북 유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엔사의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줄이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유엔사, 존재 자체로 대북 억제력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호주군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영국군이 과학화전투훈련(KCTC)에 각각 참여했다. 유엔사 회원국이기도 한 이들 국가가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해당 훈련에 병력을 보낸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는 21~31일로 계획된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실시 발표문엔 유엔군 참여가 처음으로 명시했다.
비무장지대(DMZ)의 유엔기와 태극기. 연합뉴스
현 정부가 유엔사 강화에 나선 건 대북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다. 유엔사는 존재 자체가 북한의 도발을 막는 대북 억제력이기 때문이다. 즉 유사시 국제사회의 체계적 지원을 받는 유엔사 위상이 강화할수록 북한이 섣불리 행동하기 힘들어진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향후 독일, 인도, 스웨덴 등으로 유엔사 회원국을 늘리는 것도 북한의 도발을 막는 국제사회의 감시 인력을 늘리고, 유사시 지원 세력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라는 국제사회의 한반도 관리 시스템을 더욱 두텁게 하는 게 북한 도발을 억제해 평화를 유지하는 레버리지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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