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3분기?...기대감 꺾이는 실적 '숫자'보다 '내용'에 주목해야
반기보고서 제출이 마감되며 2분기 실적 시즌도 마무리 단계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절반 가까운 곳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예상외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거둔 기업의 주가는 치솟기도 했다. 문제는 하반기다. 증권사들이 이익 전망을 낮춰 잡고 있어서다. 따라서 당장 실적이 잘 나온 기업보다 구조적으로 ‘턴어라운드’ 되는 양상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딱 기대 수준”에 머물렀던 2분기
다만 지난 1분기와 비교해 실적 개선의 힘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분기에는 199개 기업 중 107개 기업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고,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은 72개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큰 쇼크도 서프라이즈도 없는 밋밋한 실적 시즌이었다”며 “특히 반도체는 실적 숫자가 당장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은행은 평균이었고, 전선이나 기계류 쪽이 의미 있게 실적이 올라왔다”고 총평했다.
한국 증시의 키맨(Key man)인 반도체 실적은 아쉬웠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66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증권사 추정치 2818억원을 2배 이상 웃돈 수치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1조 988억원)의 17분의 1에 그치는 액수다. 시장이 ‘어닝 서프라이즈’ 아닌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한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추정치(2조8943억원)와 비슷한 2조8821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심심한 2분기 실적 시즌에도 ‘깜짝 스타’는 있었다. ‘K-라면’의 대표주자인 농심과 삼양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며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농심의 2분기 영업이익은 537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343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농심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16% 오른 47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주가다.
삼양식품 역시 증권가 예상치(328억원)를 웃도는 4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깜짝 실적’에 주가는 상한가를 치며 17만6900원에 마감했다. 이 외에도 삼성중공업과 코스맥스 등의 주가도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고공행진했다.
문제는 기대감 낮아지는 3분기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시즌 끝물에 하반기 실적을 업데이트하면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2분기보다 이익은 10조원가량 늘어나겠지만, 당초보다 기대감은 꺾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분기 이익 바닥 통과에 대한 인식은 형성됐으나, 수출이 계속 부진하다 보니 ‘반등 시점’이 밀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적 숫자’ 보다는 ‘턴어라운드’와 ‘모멘텀’에 초점
이런 상황일수록 실적의 ‘숫자’ 보다는 ‘내용’ 에 집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유준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이 괜찮은 기업 중 매출이 늘기보다 비용 관리를 잘한 기업이 많다”며 “당장 실적이 좋았던 기업보다 계속 좋아질 수 있는 혹은 향후에 좋아질 기업을 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유틸리티 업종의 이익 전망이 좋아지고 있고,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있지만 반도체 역시 좋아질 종목”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실적은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오지 않고 정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당장은 모멘텀이 살아 있는 주식이 주가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가장 눈에 띄는 모멘텀 주식은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소식의 수혜를 받고 있는 ‘중국 소비주’”라며 “오는 23일 엔비디아 실적발표에 따라 반도체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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