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LH에 "전관 업체와 용역계약 절차 중단" 지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게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LH와 전관 업체 간 유착 의혹이 팽배한 가운데, 전관 업체의 ‘LH 용역 싹쓸이’가 지속되자 강경 대응에 나섰다.
국토부는 파라과이 출장 중인 원 장관이 LH 퇴직자가 취업한 업체와의 용역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원 장관은 “국민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아무런 개선 조치 없이 관행대로 용역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LH는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국토부는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말했다.
이는 LH 퇴직자에 대한 ‘전관 특혜’가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를 키운 배경이라는 지적과 맞물려 있다. 철근이 빠진 LH 발주 아파트의 설계·감리업체에 LH 출신들이 취업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이들이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이다. 실제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LH는 ‘철근 누락’ 아파트의 설계·감리를 맡은 전관 업체와 지난 3년 간 77건, 2335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특히 LH 출신이 창립한 A건축사사무소는 3기 신도시 아파트 등 총 11건의 설계 용역을 342억원에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말했고, 원 장관은 7일 “LH 전관이 참여하는 업체는 용역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다. LH가 지난 보름 간 설계 용역 5건, 감리 용역 1건에 대한 입찰 결과를 내놨는데, 모두 LH 전관 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국토부는 이권 카르텔 해소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LH의 기존 용역 절차 진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찰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없다면 계약을 취소할 순 없지만, 일단 용역 절차를 중단하고 위법 여부를 판별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은 10월 중 발표하되, 전관 관련 대책은 그보다 앞서 내놓을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관 대책은 시급한 문제인 만큼 10월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H는 설계·시공·감리 등 공사 참가업체를 선정할 때 LH 출신 직원이 누가 있는지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고, 허위 명단을 제출하면 계약을 취소하고 향후 입찰을 제한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전관이 없는 업체에는 가점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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