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이 나라 갈 때는 국경검문이 없습니다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벨파스트에서 기차를 타고 더블린으로 향합니다. 이제 영국을 떠나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향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네 시간의 기차 여행을 거쳐 다른 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국경 검문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 더블린 리피 강변 |
ⓒ Widerstand |
결국 1918년 총선에서 아일랜드의 시민들은 아일랜드 독립파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아일랜드 독립파는 이를 기반으로 아일랜드의 독립을 선언했죠. 영국은 독립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자 했습니다. 아일랜드 독립 전쟁이 벌어졌죠.
▲ 영국에 대항한 부활절 봉기가 벌어진 중앙우체국 앞 |
ⓒ Widerstand |
결국 아일랜드 독립 세력은 분열했습니다. 일부는 이 조약에 찬성했고, 일부는 반대했습니다. 찬성파는 아일랜드 자유국을 세웠죠. 반대파는 전쟁을 계속했습니다. 이제는 영국이 아니라, 한때 독립운동의 동지였던 아일랜드 자유국을 향한 전쟁이었습니다. 아일랜드 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 중앙우체국에 걸린 아일랜드 국기 |
ⓒ Widerstand |
조약 반대파는 아일랜드 공화당을 창당했습니다. 그리고 1932년, 창당 6년 만에 집권하기에 이르죠. 집권당이 된 아일랜드 공화당은 영국에서의 독립 노선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결국 1937년 헌법 개정을 통해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죠. 아일랜드 공화국이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 성 패트릭 성당 |
ⓒ Widerstand |
물론 아일랜드에도 여러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통합은 조약 반대파가 끝까지 얻어내지 못한 과제였죠. 하지만 그조차도 성 금요일 협정과 북아일랜드 자치의회의 설치로 폭력적 대치는 종식되었습니다.
▲ 트리니티 칼리지 |
ⓒ Widerstand |
유럽 단일시장이 도입되면서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는 세관 검사조차 사라졌습니다. 물론 브렉시트 과정에서 이 국경도 당연히 문제가 되었습니다.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했지만, 아일랜드는 여전히 유럽연합 회원국이니까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서, 다른 유럽연합 국가에서 영국으로 넘어가는 물건은 당연히 세관 검사를 받고 관세를 매기게 됩니다. 하지만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에는 세관 검사가 없죠. 그렇다면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넘어가는 물건에는 관세가 매겨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물건을 아일랜드를 거쳐 영국에 수출하면 관세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그렇다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다시 세관 검사를 도입할 수는 없었습니다. 영국은 이미 1998년 성 금요일 협정을 통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완전히 자유로운 통행권을 약속했으니까요. 겨우 만들어낸 평화를 그렇게 깰 수는 없었습니다.
▲ 아일랜드와 유럽연합 깃발 |
ⓒ Widerstand |
7년 전, 제가 더블린에 왔을 때는 영국도 아일랜드도 유럽연합의 회원국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때는 더블린에 온다는 것의 감상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죠. 하지만 유로를 쓰고, 유럽연합의 깃발이 걸린 더블린의 거리가 어쩐지 오늘은 더 다르게 느껴집니다.
▲ 더블린 리피 강변 |
ⓒ Widerstand |
부활절 봉기의 현장이었던 아일랜드 중앙우체국 앞, 높이 솟은 깃대를 바라봅니다. 게일어부터 시내 곳곳의 유적까지, 더블린에는 식민과 독립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흔적 위에서 만들어 낸 아일랜드 공화국의 오늘이 있습니다. 전쟁의 상대방은 이제 정당으로 남았습니다. 이제는 그 정당 사이의 경계마저 흐려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이제 유럽연합의 최전선이 되었습니다.
유럽으로 오는 길은 열려 있었습니다. 독립과 해방의 흔적이 쌓인 도시, 더블린으로 오는 길은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그 개방과 통합에, 식민의 시대를 넘어서는 아일랜드의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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