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이위안 촉발 위기, 헝다보다 파급력 훨씬 커"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2021년 말 겪은 디폴트 위기보다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훨씬 크다고 중화권 매체들이 진단했다.
대만 매체 ET투데이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연구기관 이쥐연구원 책임자인 옌웨진은 "현재 시장은 더 이상 1조달러 규모의 부동산 회사의 리스크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도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비구이위안의 채무 규모와 중국의 약한 경제회복 상황으로 인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체 시장에 연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1조4천억 위안(약 255조원)에 이른다. 이 회사에는 3만3천207개의 협력업체와 7만명의 직원이 있는데 이들이 대량 실업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을 뿐더러, 현재 대금 지급이 안 된 주택만 90만채로 주택구매자들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게다가 비구이위안의 위기가 부동산 및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만 매체 이핑신문망은 비구이위안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규모는 헝다의 4배에 달하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으로 현실화 할 경우 중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수년째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8.5% 떨어졌고 전국의 1∼7월 누적 분양 주택 판매 면적과 판매액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5%와 1.5% 감소했다. 특히 7월에 발표된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7.8% 하락해 17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번 사태는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로 여타 부동산 업체는 물론 중국 금융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중국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金博)홀딩스·난두(南都)물업, 셴헝(咸亨)인터내셔널 등 3개 사에 대해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중룽신탁의 지급 연기는 회사 대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있으며, 이 그룹의 자산관리 규모는 1조 위안(약 18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5년 설립된 중즈그룹은 1조위안 규모의 대형 금융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실패할 금융 자이언트가 될 위험에 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중즈그룹이 2대 주주로 있는 중룽국제신탁은 부유층과 기업 고객의 저축을 모아 부동산, 주식, 채권 상품에 투자하는 2조9천억 달러 규모의 최대 신탁회사 중 하나다.
문제는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이 뿐만이 아니란 점에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USE 트러스트에 따르면 올해 7월 31일까지 총 106개의 신탁상품이 채무불이행에 처했는데 전체 규모로 보면 440억 위안(8조800억원)에 달했다. 통신은"이 같은 위기는 경제회복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시진핑 정부에는 최악의 타이밍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도 비구이위안 위기 등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이날 경제지표 발표 기자회견에서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비구이위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푸 대변인은 "현재 부동산시장은 총체적으로 조정단계에 처해 있고 일부 부동산기업의 경영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특히 일부 주요 부동산 기업의 채무 위험이 노출돼 시장경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런 문제는 단계적인 것으로 시장 조정기제가 점진적으로 역할을 발휘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정책 조정이 최적화되면 부동산기업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