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 ‘방패’냐 vs 삼바에피스·셀트리온 ‘창’이냐…23조 美 시장서 격돌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에피스)의 ‘하드리마’(제품명)는 최근 미국 대형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와 센틴, 시그나헬스케어의 처방집에 모두 등재됐다. 처방집 등재는 보험사가 사용해도 좋다고 인정한 약이란 의미다. 사보험 중심인 미국에서는 보험사나 처방약급여관리회사(PBM)의 처방집에 등재됐는지에 따라 신약의 성패가 갈린다.
하드리마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나 척추관절염, 건선 등에 사용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애브비가 개발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최근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유플라이마’를 미국 주요 PBM 가운데 한 곳의 공보험 시장에 선호 의약품으로 등재하기 위한 리베이트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9년 연속 매출 세계 1위 의약품에 도전
15일 바이오제약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업체가 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인 의약품)인 휴미라에 도전장을 냈다. 휴미라는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212억 달러(약 28조원)어치가 팔렸다. 2021년 코로나19 백신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9년 연속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휴미라 천하’가 흔들리고 있다. 특허 만료 등으로 인해 지난달부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대거 출시되면서다. 삼바에피스와 셀트리온 외에도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 등 도전자가 10여 곳에 이른다.
휴미라 입장에서 무시 못 할 후발 주자를 만난 셈이다. 실제로 미국보다 일찍(2018년 10월) 시장이 열렸던 유럽에서 휴미라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40%선에 그친다. 효과는 비슷한데, 가격은 이보다 25~30% 수준인 바이오시밀러들에 밀려서다.
특히 미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42.4%(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데다, 휴미라의 매출 중 88%가 미국에서 나온다. 애브비는 올해 초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진출로 인해 휴미라 매출이 37%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휴미라, 일단 초기 방어에 성공
애브비는 일단 시장 방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약의 용량을 키운 고농도 제형을 무기로 시장을 재편해 왔다. 여러 번 투약해야 하는 저농도 제품보다 투약 편의성이 높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휴미라의 약 80% 이상이 고농도 제품이다.
이는 도전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보험사 등은 고농도보다는 저농도 제품을 먼저 처방집에 올려주기 때문이다. 삼바에피스와 셀트리온은 모두 고농도 제형을 주력으로 한다. 정유경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지) 대형 PBM들이 주로 저농도 바이오시밀러와 먼저 선호 의약품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고농도가 주력인 국내 기업의 진입이 다소 주춤한 편”이라며 “애브비가 초기 시장 방어에 일단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상호 교환성 승인 등 도전도 더 거세져
오리지널약 선호 분위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들이 오리지널약과 상호 교환성 승인을 받는 작업에 착수했다. 상호 교환성을 인정받으면 처방자의 사전 승인 없이 약국에서 바이오시밀러로 대체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상호 교환성을 인정받은 건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가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삼바에피스는 최근 상호 교환성 1차 평가 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우린 최근 5년간 유럽과 캐나다·호주 등에서 680만 개 이상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해왔다”며 “그간의 판매 노하우와 데이터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휴미라 시장을 조기에 선점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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