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부른 그 코인 또…檢, 이번엔 사기 의혹 수사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이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납치·살인 사건의 발단이 됐던 암호화폐 퓨리에버(PURE) 코인의 불법 시세조종(MM·Market Making) 등 사기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15일 파악됐다.
퓨리에버는 발행사 유니네트워크 대표 이모(59)씨가 블록체인 기반의 공기질 개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2020년 발행한 코인이다. 2020년 11월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된 뒤 약 1달 만에 가격이 4배 이상 뛰었다가 급락했고, 이후 한두 차례 소폭 반등했으나 결국 0에 수렴하는 우하향 곡선을 그린 끝에 지난 5월 허위 정보 제공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됐다.
퓨리에버 초기 투자자들은 코인 가격의 폭락으로 피해가 커지자 그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던 황은희(49·구속기소)·유상원(51·구속기소) 부부와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피해자 A씨는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A씨의 권유로 퓨리에버에 투자했다가 8000여만원을 잃은 이경우(36·구속기소)가 A씨 소유의 암호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수락한 황은희 부부가 착수금 7000만원을 건네는 등 동조했다. 이경우는 황대한(36)·연지호(30)와 함께 A씨 납치·살인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퓨리에버는 코인 상장 브로커들이 코인원 상장 담당 임직원에게 코인 상장의 대가로 뒷돈을 건넨, 이른바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최소 46개 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이 사건 피의자 4명을 전원 구속한 지난 4월 11일 “퓨리에버의 경우 불량한 재정 상황 속에서 거래소에 단독 상장된 이후 MM을 통한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싼 값에 취득한 코인의 가격을 특정 가격까지 올린 뒤 팔아치우는 것) 행위로 다수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했다”면서도 “그간 거래소 일부 임직원과 브로커 간 유착 비리 외에 퓨리에버를 포함한 발행사에 대해선 여건상 본격 수사에 착수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가상자산합수단 출범으로 인력을 충원한 남부지검은 코인원 상장 비리에 연루된 퓨리에버 등 발행사 중 일부에 대해 추가 수사에 나섰다. “상장폐지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현실화되어 조사 필요성이 큰 반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종목부터 중점적으로 수사하겠다”(남부지검 관계자)는 기조에 따른 것이다. 금융조사1부로부터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을 넘겨받은 가상자산합수단은 퓨리에버 발행사 등의 조직적 MM 행위, 허위 홍보·공시 등 불법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퓨리에버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퓨리에버 발행사 대표 이씨는 전직 행정안전부 공무원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퓨리에버 코인을 지급한 혐의(뇌물공여)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의 수사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말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수서경찰서는 퓨리에버 투자자 중 일부가 고발한 황은희 부부 등의 유사수신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투자자들은 이씨가 퓨리에버와 구조가 판박이인 XESG(XEMSON) 코인을 새로 발행해 지난해 11월 해외 거래소에 상장했지만, 지난 1월 역시 가격이 급락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씨는 “퓨리에버 CIO(최고정보책임자)가 미국에서 하겠다고 해서 협력했을 뿐, 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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