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확보 85%’ 지주택 과장광고… 대법 “시행자 책임 따져봐야”
‘토지확보율 85%’, ‘매입대지면적’ 등 단어를 쓰며 땅을 많이 확보한 것처럼 홍보한 지역주택조합(지주택) 분양 광고에 대해 사업시행자의 책임을 따져보지 않은 건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역주택조합 가입자 B씨가 사업시행자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1심 “돈 돌려주라”했는데 2심 “과장광고 근거 부족” 파기
이 사건은 2018년 인천 서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사업 조합원으로 가입했던 B씨가, 2021년 “토지 관련 정보를 기망해 체결한 가입계약을 취소하겠다, 낸 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이다.
1심 재판부는 “계약 당시 토지확보율이 66.6%에 불과했는데 토지 확보율이 85% 이상인 것처럼 설명했다”고 인정하며 낸 돈 4100만원을 모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이미 확보한 토지 비율이 87.22%라고 확정적으로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고, 분양 홍보관의 ‘85% 이상’ 광고물은 A씨가 직접 설치한 광고물인지 불분명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광고 주체까지 일반인이 증명해야하는 것 아냐”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가 직접 광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관련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계약 당시 제시한 서류 중 ‘매입대지면적’이란 단어가 계약자에게 오해를 심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부분들에 대해 심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인터넷에 올린 사업 광고의 주체는 주택조합이거나, 업무대행자이거나, 광고를 위임받은 제3자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며 “그러나 일반인 입장에서는 인터넷 광고 주체가 누구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A씨가 직접 광고했다는 사정까지 일반인인 B씨가 증명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 광고도 A씨가 작성, 게시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의도가 뭐든, 일반인 입장에서 오해 가능성 있는 단어 사용”
대법원은 계약서를 쓸 때 함께 첨부된 사업계획 동의서에 적힌 ‘매입대지면적’이란 단어를 짚었다. 일반인 계약자의 입장에서는, 전체 사업면적 중 ‘이미 매입·사용확보한 면적’으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한 단어인데, 사실 여기 적힌 면적은 사업계획에서 아파트를 지을 면적으로 계획한 숫자일 뿐 당시 확보한 토지면적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매입대지면적’이란 단어는 사업계획안이나 토지이용계획안에는 없고, 계약서 작성 시 첨부된 사업계획 동의서에만 포함돼있다”며 “이 단어를 쓴 의도가 무엇이든, 계약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 동의서의 전체 맥락에 비춰 ‘이미 이만큼의 토지를 매입하거나 사용권을 확보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광고가 피고 의사와 무관한지, 광고에 어떤 조치를 했는지, 공용주택용지면적을 왜 ‘매입대지면적’이라고 쓴 건지 등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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