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日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한국 "깊은 유감"
일본 패전일인 1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일부 각료와 국회의원들은 직접 야스쿠니를 찾아 참배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를 봉납했다. 종이에는 '자민당 총재 기시다 후미오'라고 적혔으며, 대금은 기시다 총리가 사비(私費)로 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총리 취임 후 6번째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지만, 직접 참배한 적은 없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한 것은 지난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다.
기시다 총리는 또 이날 정부 주최로 열린 전몰자추도식에 참여해 "오늘 우리나라(일본)의 평화와 번영은 전몰자 모두의 고귀한 생명과 고난의 역사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언급하며 "전쟁의 참화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 이 결연한 맹세를 앞으로도 관철해가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일본의 가해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직 각료 중에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패전일에도 직접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에 현직 각료가 참배한 것은 2020년 이후 4년 연속이다.
집권 자민당의 당 4역 중 한 명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정무조사회장 역시 작년 패전일에 이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과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약 70명도 직접 참배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기리는 시설이다. 그중 90%는 태평양전쟁 관련 인물로,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한반도 출신자 2만여 명도 합사돼 있으나, 신사 측은 유족의 합사 취소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서울=정진우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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