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값만 50만원…해외 오케스트라 공연, 서울로 몰린 이유

김호정 2023. 8. 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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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월 서울에서 해외 10여개 오케스트라 공연
베를린ㆍ빈ㆍ암스테르담ㆍ라이프치히의 명문 악단들
국제 정세로 제작비는 상승 "플래그십 청중 늘어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베를린 공연 장면. 올 11월 서울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중앙포토]

서울 예술의전당의 올 11월 달력은 빼곡하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음악당의 모든 홀이 공연으로 꽉 차 있다. 무엇보다 내한하는 해외 오케스트라의 명단이 유례없이 묵직하다. 게다가 릴레이다. 11월 7~8일 빈 필하모닉, 11~12일 베를린 필하모닉, 15~16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여기에 잠실의 롯데콘서트홀까지 보면 거대한 오케스트라 축제가 서울에서 열리는 듯하다. 롯데콘서트홀에서는 11월 6일 빈 필하모닉, 11~12일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공연한다.

어지러운 일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11월 2주 동안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명문 악단 네 곳이 서울에서 9번 공연한다는 뜻이다. 빈ㆍ베를린ㆍ라이프치히ㆍ암스테르담의 오케스트라다. 게다가 우열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베를린필과 RCO는 이틀 동시에 서울 무대에 오른다.

문제는 11월에만 이렇지 않다는 것. 10월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올가을 서울은 오케스트라 빅뱅이라도 일어나려는 듯하다. 10월 7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3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24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8일 홍콩 필하모닉(이상 예술의전당), 30일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롯데콘서트홀)가 온다. 또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1월 26ㆍ30일(예술의전당), 29일(세종문화회관), 12월 1일(롯데콘서트홀) 공연한다. 두 달 동안 10여 개 해외 악단이 서울에서 공연했던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 후 첫 홀수 해 가을


매년 한국 공연을 예고한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진 중앙포토]
오케스트라 빅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주최사들은 “코로나 19 시기에 미뤄졌던 공연들이 한꺼번에 몰렸다”며 “이 정도일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오케스트라들은 주로 홀수 해에 아시아 투어를 한다. 베를린필과 RCO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19가 지나간 첫 홀수 해인 올해 내한이 몰리게 된 배경이다. 베를린필은 2017년 한국에서 공연한 후 코로나 19 팬데믹 중이던 2021년에 올해 공연을 확정했다. 2019년엔 일본에서만 공연했으며 2021년에는 아시아 투어를 건너뛰었다. RCO도 2017년 내한한 후 2021년 한국 공연을 계획했지만 코로나 19로 취소되고 이번 공연을 지난해 확정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또한 2020년부터 내한을 논의했지만 코로나 19로 지연되다 올해 공연하게 됐다.

빈필은 예외적인 경우다. 2019년 이후 매년 11월 한국에서 공연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취소한 2020년을 제외하고 올해가 4번째다. 빈필 공연을 주최하는 공연 기획사 WCN은 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빈필 공연을 하나의 문화적 전통으로 만들겠다”며 기한 없이 매년 내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들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주로 투어 일정을 잡는다. 각자 도시에서 공연 시즌을 9월 초쯤 시작한 후 한 달 넘게 홈그라운드 무대에 오르고, 가을 몇 주 동안 해외로 떠나는 전통이다. 또 한국 공연 일정은 보다 큰 시장인 일본 공연의 앞뒤로 잡힌다. 베를린필은 한국 이후 11월 14~26일 일본에서 10회 공연을 한다. 도쿄 산토리홀에서만 5번이다. 빈필은 한국 이후 일본에서 7회 공연한다.

공연을 여는 입장에서 달갑지만은 않은 일정이다. 한 관계자는 “미리 조정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오케스트라들의 투어 일정에 맞춰야 하므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미세한 조정은 있었다. RCO와 베를린필은 피아니스트가 협연하는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조정했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와 11일 리스트 협주곡 2번을, 조성진은 12일 베를린필과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청중이 있을까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안드리스 넬손스는 11월 15ㆍ16일 서울에서 멘델스존ㆍ브루크너 등을 연주한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이 공연들이 관객을 모두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다. 티켓 판매를 시작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7만~38만원,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10만~45만원으로 값이 정해졌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경우엔 최고 가격이 50만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가의 티켓에도 수요는 있다. 홍형진 음악 칼럼니스트는 “서울의 경제적, 문화적 성장을 반영하듯 이런 플래그십 성격의 공연을 적극 소비하는 사람도 늘어났다”면서 “애호가들은 이런 플래그십 유형과 가성비 유형, 즉 오케스트라 공연은 국내 악단 중심으로 즐기며 내한 공연은 실내악과 독주를 주로 찾는 쪽으로 나뉘는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또 WCN 측은 “빈필의 경우 상임 지휘자가 없어 내한하는 지휘자가 늘 바뀌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음악 마니아들은 매년 궁금해하고 공연을 보고 싶어한다”며 오케스트라 공연에 대한 수요를 설명했다.

하지만 고가의 티켓을 전부 판매하더라도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 공연 기획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공 물류비용이 오르고, 환율까지 치솟아 오케스트라 제작비가 비싸졌다”고 전했다. 제작비는 대부분 기업의 협찬으로 충당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대형 오케스트라의 경우 티켓을 전부 판매해도 제작비의 50% 수준이다. 40% 이상을 기업의 협찬으로 진행하고, 기업은 문화 마케팅 측면에서 공연의 티켓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가을 오케스트라의 후원ㆍ협찬 회사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등이 나섰다. “공연 규모는 크지만 모든 공연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미리 준비해 기업 마케팅과 시너지를 잘 내는 공연의 흥행 성적이 좋을 것”(공연 기획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실한 스타 마케팅


피아니스트 조성진ㆍ임윤찬 등 스타를 앞세운 공연은 대형 공연의 격돌 중에도 관심이 뜨겁다. 조성진은 베를린 필하모닉(11월 12일)ㆍ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15일)와, 임윤찬은 뮌헨 필하모닉(11월 26ㆍ29일, 12월 1일)과 협연한다. 오슬로 필하모닉과 함께 하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7)의 첫 내한도 관심사다. 오슬로의 수석 지휘자로 22세에 임명됐고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차기 수석으로 지명된 신성이다. 베를린필에 2019년 취임한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도 베를린필과 첫 내한이다. 명성 높은 합주력을 보여줄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안드리스 넬손스는 16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연주하고, 정명훈과 뮌헨필은 베토벤의 작품들을 들려준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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