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오지마을서 만난 한국식 식재료, 눈이 돌아갈 수밖에 [세계여행 식탁일기]
여행지에서의 한 끼 식사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음식 한 접시는 현지인의 환경과 삶의 압축판이요, 정체성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매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기자말>
[김상희 기자]
나는 도시형 여행자인가 시골형 여행자인가. 멕시코의 작은 도시 과나후아토에서 울트라 대도시 멕시코시티로 가니 좋았다. 사람 북적이고 맛집도 많고 볼거리도 많아 덩달아 나도 에너지가 솟았다. 활기찬 기분도 잠시, 5일쯤 지내니 피로감이 들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매연 때문에 공기도 나빠 거리를 돌아다니면 머리가 아팠다.
지하철 판티틀란(Pantitlan)역에 철창 밖으로 사람들이 빼곡히 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지하철 역사 안에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입구 쪽에 줄을 세워 대기시키는 것 같았다. 그 장면을 보자 나까지 통제당하는 느낌이 들었고 하루빨리 멕시코시티를 벗어나고 싶었다.
▲ 우리 동양인과 너무 닮아 원주민들을 마주칠 때마다 놀란다. 기와에 처마까지 우리나라 한옥과 비슷한 지붕의 집들이 많은 것도 신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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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크리스토발의?시내버스인?콜렉티보 버스. 시내와 근교 어디든 데려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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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크리스토발은 첩첩 산으로 둘러싸인 천연 요새 같은 평지에 세워진 전형적인 컬로니얼 도시였다. 바둑판 모양의 도로변에 낮은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앉았다. 이곳에서는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어디서든 한 방향으로 돌고 또 돌면 원래 출발지로 돌아간다. 언덕길과 샛길의 미로 게임 같았던 과나후아토보다 훨씬 차분하고 평온하다. 다만 심심할 뿐이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의 장터에서 발견한 것
▲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의?재래시장(Mercado?Jose Castillo Tielema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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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무와 99프로 닮은꼴 야채. 이름은 못 물어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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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크리스토발 시장에서 구입한 열무김치 재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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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 작은 통이 있어 열무김치를 나눠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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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떠난 지 5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무엇을 먹고 지냈나. 외국 여행 다니면서 '현지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다니는 일이 일상이 되고 보니 먹는 것도 균형이 필요했고 나이도 나이인 만큼 어느 정도 집밥이 받쳐줘야 속이 편했다. 그러고 보면 음식은 '뿌리'이고 '안정감'이다.
유럽의 대도시는 베를린도 런던도 파리도 아시안마켓이 따로 있거나 동네 마트에 아시아코너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여행 초기라 김치나 라면이 딱히 생각나지 않아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 다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유럽의 3월에는 따뜻한 국물 요리가 그립기는 해서 쌀국수용 면을 사다가 국수를 끓여 먹기는 했다.
▲ 유럽과 미국 여행 중에 직접 차린 식탁(쇠고기야채구이, 볶음밥 도시락, 김밥과 월남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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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나 멕시코의 대도시 대형마트에 가면 우리나라 쌀과 비슷한 밥맛이 나는 스시용쌀(왼)과 진간장(Kikkoman)(오)을 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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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산크리스토발은 기후가 좋다. 8월이지만 한낮은 덥지 않고 저녁엔 긴팔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시원하다. 숙박비와 외식 물가가 멕시코시티와 비교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평화로운 스페인풍 거리는 어딜 찍어도 색감 강렬한 사진을 선물한다.
이제 열무김치만 맛있게 익으면, 산크리스토발을 '한달살기 최적 도시'로 한국인에게 주저 없이 추천하리라. 열무김치만 있으면 나도 여기,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눌러살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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