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현실에 선사하는 쾌감…‘초능력’에 빠진 안방극장 [D:방송 뷰]

장수정 2023. 8. 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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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부터 ‘소용없어 거짓말’·‘힙하게’ 등
각양각색 초능력자들 활약

‘무빙’의 류승룡, 고윤정은 무한 재생능력을 통해 불의에 맞서고 있으며, ‘경이로운 소문2’의 조병규는 염력으로 악귀에 저항하며 긴장감을 선사 중이다. 타인의 과거나 아픔을 읽으며 현실 문제를 들추는 ‘힙하게’, ‘기적의 형제들’까지 각양각색의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들이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제작비 5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작으로, 하늘을 날고 상처를 치유하는 등 특별한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JTBC

전개 중간 은퇴한 초능력자를 뒤쫓는 의문의 요원 프랭크(류성범 분)와 그에 맞서는 초능력자들의 사투가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능력을 숨긴 채 일상을 영위하는 아이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휴먼 드라마의 매력도 함께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치킨 가게 또는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반전 활약을 펼치는 과정을 통해 어딘지 익숙한 한국형 히어로를 탄생시킨 것이 ‘무빙’만의 강점이 된 것이다.

TV 드라마에서도 초능력자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tvN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다.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더 악해진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작품으로, 카운터들이 염력, 치유 등의 능력을 활용해 펼치는 화려한 액션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현실에 발 디딘 이야기로 더 깊은 몰입감을 끌어내기도 한다. 지난 시즌에서는 일진들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하던 소문(조병규 분)이 카운터로 각성하며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시골에서 소를 돌보던 평범한 청년 적봉(유인수 분)이 신입 카운터즈로 합류해 반전 면모를 드러낼 예정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법한 현실적인 인물들이 펼치는 활약을 통해 더 진한 쾌감을 선사하고 있다.

장르적 카타르시스 없이도,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초능력 드라마들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기적의 형제’들에서는 타인의 아픔을 읽는 능력을 가진 강산(배현성 분)이 이를 통해 현실 속 문제들을 풀어내고 있다. 소설 속 살인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추적하는 동시에, 강산의 능력을 통해 ‘묻지마 살인’ 피해자 가족, 학대당한 아이 등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또 다른 여운을 남기곤 하는 것. 또 다른 JTBC 드라마 ‘힙하게’에서는 타인의 엉덩이를 만지면 과거가 보이는 능력을 얻게 된 예분(한지민 분)이 형사 장열(이민기 분)과 생활밀착형 범죄를 해결할 예정이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 ‘거짓말’을 탐지하는 능력을 가진 '라이어 헌터 목솔희(김소현 분)의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도 있다. tvN ‘소용없어 거짓말’에서 솔희의 이 능력이 답답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단서가 되곤 한다. 동시에 김도하(황민현 분)와 함께 설레는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진심, 신뢰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독특한 소재로 타 드라마들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 유쾌한 전개와 시원한 한 방으로 쾌감을 전하는 작품들이 사랑을 받으면서 초능력이 안방극장의 인기 소재가 되고 있다.

한 드라마 PD는 “콘텐츠들이 많아지면서 새 소재 발굴이 숙제가 되고 있다. 이에 이야기를 색다르게 풀어내는 판타지 드라마들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CG 등 후반작업에서도 공을 들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판타지적 소재를 통해 비현실적인 배경이나 전개까지도 허용이 되면서, 창작자들이 표현의 자유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이 판타지 드라마의 인기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작품의 메시지를 색다르게 풀어내는 것은 장점이지만, 모든 작품들이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2% 대의 저조한 시청률 기록 중인 로맨스 장르에 초능력 소재를 덧입힌 ‘소용없어 거짓말’은 솔희의 능력에 담긴 의미와는 별개로, 다소 유치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의 능력이 대부분 로맨스 전개에 할애되면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전개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기적의 형제’는 시간의 경계 넘어 진행되는 과정부터 강산의 초능력까지. 다소 복잡한 전개를 보여주면서 소재의 유의미함이 제대로 부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새로운 소재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안방극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앞서 초능력 소재 인기 이유 분석한 PD는 “아무래도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고 할 때, 시청자들이 흔히 기대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과 달라 실망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 같다. 다만 상상의 폭을 넓혀 색다르게 주제를 풀어내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고, 동시에 창작자들도 늘 바라던 것이다. 이 매력이 유효한 만큼 다양한 판타지들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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