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누가 될까···내부 출신 4인방 대신 익명 후보 깜짝 부상?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은 누가 될까’가 최근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다. 8월 8일 윤종규 회장이 올해 11월 임기를 끝으로 용퇴하기로 공표했고, 그날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6명의 ‘숏리스트(후보군)’를 발표했다. KB금융 회추위는 차기 회장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미 수차례 간담회를 열고 경영 승계 절차를 다듬었다. 이후 공개한 5대 회장 자격 요건은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의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 노력’ 등이다. KB금융 회추위는 25개 세부 기준을 감안해 가장 적합한 인물을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내부 4인, 외부 2인…6파전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오르내린 가운데 내부 4명, 외부 2명 등 6명의 1차 숏리스트가 공개됐다. 박정림 지주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 양종희 지주 부회장, 이동철 지주 부회장, 허인 지주 부회장 등 KB금융 출신 4명에 익명을 요청한 외부 인사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양종희, 이동철, 허인 부회장은 1961년생 동갑내기로 그룹 요직을 두루 거치며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 여기에 더해 ‘홍일점’ 박정림 대표가 도전하는 그림이다.
외부 인사는 본인 의사에 따라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금융권을 두루 거쳤으며 회추위가 내세운 기본 자질 요건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차기 회장 승계 프로그램을 3연임 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갖춰왔다”며 “특히 여러 후보가 은행 외에도 보험, 증권, 카드 등 다양한 CEO 경험을 거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또 이들 후보가 여기에 상응하는 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뒷말이 나오기는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차기 회장 선정 절차와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 원장은 “프로세스 등 외양적인 측면은 과거보다 훨씬 더 진일보하지 않았나 싶다”며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택받는 자체가 회장으로서의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회추위원이 각 후보의 어떤 장점에 관심을 기울일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은행장 출신 회장이 탄생하느냐 아니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력 면에서 유리한 인물은 허인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은 KB국민은행 첫 3연임 행장 기록 보유자다. 게다가 허 부회장은 행장 시절, 신한은행에 빼앗겼던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이력을 자랑한다.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인 프라삭,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 등 이전 행장들이 하지 못한 해외 M&A에 성공했다는 사실도 높은 점수를 받는 요인이다. 2020년 회추위 때 일찌감치 숏리스트에 포함됐을 정도로 이미 내부에서는 차세대 수장 자격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았다.
행장을 역임하지는 못했지만 뼛속까지 ‘KB은행맨’ 관점에서 보자면 ‘전략통’ 이동철 부회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은행원 시절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끝에 뉴욕지점장을 지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미국 변호사로서 글로벌 부문에서도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다. 금융지주 전환 당시 전략 부서에 몸담으며 지금의 지주 근간을 다졌고 현대증권 등 굵직한 M&A를 추진하는 등 은행계 금융지주의 성장 모델 발전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다는 평가다. KB생명 부사장, KB국민카드 사장 등 비은행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는 점도 강점이다.
양종희 부회장 역시 전략통으로 치자면 뒤지지 않는다.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지주 부사장을 지내는 동안 윤종규 회장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추며 특히 KB금융그룹이 취약했던 보험 부문 경쟁력 강화에 일조했다. LIG손해보험(현 KB손보) 인수에 이어 KB손보 사장(당시 지주 보험부문장 겸임)을 지낸 것이 이를 방증한다. 부회장 3인방 중 지주 부회장직을 맨 처음 꿰찬 인물이기도 하다. 여타 후보 대비 지주 시절 재무총괄을 맡은 이력 덕분에 ‘재무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정림 대표가 의외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1963년생이자 유일한 내부 출신 여성 후보인 그가 KB금융그룹 세대 교체,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부회장 3인방에 비해 젊고 외국계 은행(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 국회의원 비서관(당시 정몽준 국회의원),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삼성화재 등에서 일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2004년 KB국민은행에 합류한 이후 10년 만에 KB국민은행의 역대 두 번째 여성 부행장으로 발탁됐고 KB증권 사장 연임에 성공, 능력을 인정받았다.
은행 부당 수취 사고 불똥 튈까
회추위는 1차 6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8월 29일 1차 인터뷰를 진행하고 3명의 2차 후보군으로 좁힐 예정이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나머지 2명의 외부 후보가 아직 베일에 싸여 있기에 이를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외부 인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부터, 정치권 인사 혹은 이번 정권을 도운 금융권 보은 인사가 나섰다는 소문까지 파다하다. 게다가 이복현 원장이 이번 선정 절차를 두고 여타 금융지주 회장 선임 때와 달리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외부 출신 관련) 뭔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2차로 후보군이 보다 뚜렷해지면 이런 설왕설래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최종 후보 선정 관련 검증 기간을 종전 19일에서 30일로 확대했을 정도로 인선 절차에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익명 후보 역시 회추위 가이드라인에 맞는 인물인지 동일하게 검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장 선임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KB국민은행 부당 이득 수취 사고도 눈길을 끈다. 그 불똥이 어디로 튈 것인지를 두고 말이 많다. 이 사건이 후보군 사이에 유불리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어서다.
차기 회장 숙제는
글로벌 진출, 내부 통제 개선해야
물론 새로운 회장이 KB금융지주를 이끈다고 할 때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윤종규 회장이 순익 1위 금융지주, 리딩뱅크 위상을 갖춰놓은 데다 비은행 계열사 비중 확대 등 많은 공을 쌓은 것만큼은 확실하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진출 미비, 내부 통제 시스템 부실, 빅테크와 경쟁 등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각 후보가 이런 숙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가 심사 포인트가 될 공산이 높다.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는 9월경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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